접시 물에 코 박고도 익사? ‘마른 익수’ 주의 [살아남기]

오상훈 기자 2023. 7.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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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익사(溺死)는 물이 폐로 들어가 질식해 사망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은 많은 물이 필요할 것 같지만 ‘접시 물에도 빠져 죽는다’는 옛 말처럼 소량의 물로도 익사할 수 있다. ‘마른 익수’라고도 불리는데 어린 아이들은 물놀이 후 호흡곤란을 일으키다가 사망할 수도 있다. 

◇성인은 종이컵, 아이는 소주잔 분량 물 폐로 유입되면 위험
폐는 ‘폐포(허파꽈리)’라고 불리는 공기주머니로 이뤄져 있다. 들숨과 날숨에 따라 이곳에 공기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게 호흡이다. 폐포에 공기가 아닌 물이 들어가면 폐포는 점차 손상되고, 심하면 호흡을 방해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폐에 물이 들어가면 폐포 내부에서 산소 교환을 원활하게 돕는 ‘폐표면활성제’가 씻겨 내려갈 수 있다. 이 밖에도 폐부종이 생기거나, 폐포 자체에 염증이 생기면서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다.

폐포의 기능을 망가트리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할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니다. 체중 1kg당 2~3cc 정도의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위험해진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종이컵 한 컵 분량이며, 어린아이들은 소주잔 한 컵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물만 마셔도 급격한 호흡부전과 함께 단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폐포의 기능이 망가졌다면 호흡이나 맥박이 떨어지고,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 증상이 나타난다.

◇후두 반응 민감하면 소량의 물로 익수하기도…
종종 위험한 수준에 미치지 않는 소량의 물에도 익사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 경우 물이 폐로 들어간 직후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가, 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물 없이 익수하는 탓에 ‘마른 익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마른 익수가 발생하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과도한 후두연축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서범석 교수는 “후두연축은 폐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후두가 강하게 수축되는 포유류의 반사 반응”이라며 “민감한 후두연축에 의해 후두가 너무 강하게 수축하면 소량의 물로도 숨을 못 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전은 합병증이다. 소량의 물이 폐부종이나 폐렴과 같은 2차적 합병증을 일으켜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침 ▲흉통 ▲의식 저하 ▲이상행동 등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최대 8시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서 교수는 “드물지만 심정지 사례도 보고된 바가 있다”며 “물놀이 후 감기 걸린 것 이상으로 기침을 많이 한다거나 숨 쉬기가 힘들고 의식이 처지는 느낌이 들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유아 예의주시, 익수자에겐 물에 뜨는 것 던져야…
마른 익수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대부분 5세 미만의 영유아들이 겪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신체가 작기 때문에 물에 빠지기 쉽다. 또 후두가 완벽하게 발달하지 않아 기도로 물을 삼키기도 쉽다. 게다가 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순식간에, 조용히 물에 빠지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보호자는 아이가 물에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야 한다. 또 아이가 팔이 닿을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놀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구명조끼와 같은 보호 장비들도 항상 착용한다.

한편, 익수자를 발견했다면 무턱대고 물에 들어가기 보다는 물에 뜨는 물품을 던져주는 게 좋다. 사람이 물에 빠져 당황하게 되면 주변을 닥치는 대로 끌어당기고 잡으려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수난인명구조장비함이 있다면 내부에 배치된 구명줄에 구명조끼나 구명튜브를 묶어서 익수자에게 던진다. 없다면 매트리스(말려서 묶여 있는 것), 페트병(1/3정도 차있는 것), 아이스박스(내부가 빈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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