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교회도 리더의 시대”… 후배 목회자 바로 세우기 열정
서울 양천구 일대는 김포공항을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자리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신혼부부들이 첫 집을 구하면서 많이 찾았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와 학생들이 많아졌고 어느 때부터 서울에서 손꼽히는 학군지가 됐다. 서울 신월동 경창시장 초입에 위치한 은혜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지난 4일 만난 서동원 담임 목사는 “경창시장보다 교회가 먼저 이곳에 자리했다”며 “은혜교회는 지역 특성에 맞게 교회학교와 섬김에 초점을 맞춰 사역하는 전통 있는 교회”라고 말했다.
서동원 목사는 은혜교회 2대 담임으로 2015년 6월 14일 취임 감사예배를 드렸다. 은혜교회 1대 담임 고(故) 문충웅 목사는 1981년 상가 2층 작은 공간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 교회를 거듭 부흥시켜 2005년 지금 위치에 2500㎡ 규모로 교회를 건축했다. 문충웅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청빙을 통해 서 목사를 후임 목사로 세웠으며, 함께 취임감사예배를 드리고 얼마 후 7월 4일 소천했다. 서 목사는 “원로 목사님의 열정적인 목회 덕분에 은혜교회 기초가 튼튼한 것 같다”며 “은혜교회의 비전을 잇는 동시에 후배 목회자를 미래의 리더로 세우는 것을 목회계획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은혜교회 부목사는 총 7명이다. 서 목사는 부목사들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은혜교회는 부목사의 신학 관련 박사과정 및 경영대학원(MBA) 공부를 위한 등록금 지원은 물론 공부 시간 확보에도 인색함이 없다. 부목사의 경우 7년에서 최대 11년 함께 목회할 수 있는데, 은혜교회에서 보낸 시간만큼 목회자로서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 서 목사의 원칙이다.
서 목사는 “앞으로 교회는 청빙의 시대, 리더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10년 후 감리교단만 보더라도 은퇴 목사가 쏟아질 예정이지만 점점 신학대학교 졸업생 수는 줄어들고 있다. 좋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 교단을 위해서, 한국교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 본인도 신학교를 졸업한 후 목회를 하면서 공부를 쉰 적이 없다. 영문학 학사·석사, 설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영대학원 MBA도 졸업했다. 자살예방상담전문교육사, 상담전문가1급, 학교폭력상담사, 자살예방상담전문교육강사, 교리상담사 등의 자격증도 갖췄다.
목회를 시작하면서부터 신학교의 가르침 외에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음을 깨닫고 이력서를 부지런히 채워나갔다. 서 목사는 “예수님께서 제자를 양육하셨던 것처럼 교회가 성도는 물론 교역자 또한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해야 한다”며 “이력서를 보고 한번쯤 이야기 나누고픈 목회자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은혜교회 부목사는 학위를 얻은 후 국내외 학술지에 연간 한편 이상 논문을 등재하며, 학교와 설교학회 등을 통해 사역 외에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 은혜교회를 통해 3명의 담임목사가 배출됐으며, 은혜교회를 떠난 후에도 외부 강사로 초대해 성도와 반가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8년 차 김효성 부목사는 서 목사가 걸어온 배움의 길을 따라 설교학 박사, 경영대학원 MBA를 공부했으며 현재 신학대학원 설교학 강의를 겸하며 목회하고 있다.
은혜교회는 목회자 자녀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달 사례금 외에 자녀 나이에 맞춰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교육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서 목사는 “목회자 사례금으로 자녀를 키우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더라도 함께 목회하는 부목사들의 자녀 양육에는 보탬이 되고자 교육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교회가 목회의 행복한 틀을 만들어주니 부목사들은 맡은 교회공동체 내에서 열심히 사역을 하고 있다. 2015년 부터 코로나 이전까지 초등부부터 청년까지 교회부서 및 4개 교구가 크게 부흥했다. 서 목사는 “부목사들이 자신이 맡은 부서 및 교구를 교회 안의 ‘작은 교회’로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은혜교회는 매주 800명 이상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특별히 지난해부터 교구별로 매일 한 구절의 말씀을 소리 내어 선포하는 ‘5분 말씀샤우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00명의 성도가 참여해 총 7만3375회의 말씀 녹음파일이 올라왔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 3만8862회를 달성해 더 많은 성도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목사는 “성도들이 말씀을 가까이하자 교회를 찾아 기도하는 성도 수도 많아졌다”고 했다. 매일 새벽 5시, 오후 1시, 저녁 8시 세 번의 기도를 통해 누구나 교회에 와서 기도할 수 있도록 해 교회에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뷰 날에도 찬양과 기도 소리가 교회를 울렸다.
아울러 은혜교회는 교회 장소를 지역사회에도 적극 개방하고 있다. 교회 공간이 양천구평생학습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중국어 회화’ ‘팝송영어’ 강의 장소로 활용되고, 양천구 신월2동대 보충훈련 장소로도 쓰인다. 얼마 전에는 주변 아파트 시공사와 입주민들의 불화로 입주가 무기한 연기되자 입주민들의 대책 마련 장소로 교회가 사용됐다. 서 목사는 “교회는 기도하는 성도는 물론 지역사회 주민들도 자주 찾아야 하는 곳”이라며 “영혼 구원에 힘쓰는 교회, 지역사회 필요에 함께 공감하며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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