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연소 총리' 꿈 꺾였다…43세 피타, 의원 직무 정지 결정
지난 5월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한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43)가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를 향한 꿈을 접게 됐다.
전진당을 비롯한 야권 8개 연합은 19일(현지시간) 상·하원 총리 선출 2차 투표에 지난 13일 과반 획득에 실패한 피타 대표를 후보로 재지명했지만,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군부 진영 상원 의원들이 같은 후보를 다시 지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 이에 대해 오전 9시 30분부터 장시간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오후 5시 10분 의회는 전자투표를 거쳐 피타 대표를 후보로 하는 2차 투표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타 대표는 토론 도중에 헌법재판소가 내린 자신의 의원 직무 정지 결정 소식을 듣고 의회를 떠나야 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3분 국회의사당에 있던 피타 대표는 헌재 결정이 전해지자 재킷에서 의원 신분증을 꺼내 좌석 앞 테이블 위에 놓고 회의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자신이 의회에서 퇴장하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돌아오겠다(I'll be back)"라고 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헌재는 피타 대표의 미디어 주식 보유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회부한 사건을 받아들이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의 의원 직무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12일 피타 대표가 총선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출마해 의원 자격이 없다며 사건을 헌재에 회부했다.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군부 진영은 그가 iTV 주식 4만2000주를 보유 중이라며 언론사 사주·주주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헌법에 따라 의원이나 총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iTV는 2007년 정부와의 계약 종료로 방송을 중단해 미디어 업체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선관위에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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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이 총리후보로…'부패 스캔들' 부총리도 후보 대두
이제 관심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푸어타이당으로 넘어갔다. 피타 대표는 지난주 "현실적으로 전진당이 내각 구성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면 원내 2당인 푸어타이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어타이당은 왕실모독죄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의원들의 찬성표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전망이다.
푸어타이당 측은 부동산 재벌 산시리의 스레타 타위신(60) 전 회장을 총리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7)은 "만약 피타 대표가 19일 의회 투표에 통과하지 못하면 스레타 타위신 전 회장이 푸어타이당의 후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는 패통탄이 더 높지만, 보수세력 반감이 덜한 기업가 출신을 당 차원에서 밀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선 푸어타이당이 아예 전진당과 결별하고 보수 군부 진영과 손잡을 수 있단 전망도 나왔다.
군부 진영에선 쁘라윗 웡수완(77) 부총리(전 육군 총사령관)가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쁘라윗은 2014년 군사 쿠데타 성공 이후 부총리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의 육사 선배이자 태국 군부의 실세다.
쁘라윗 부총리는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가 각료에게 의무인 자산신고에 고급 시계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2017년 제기되면서다. SNS에는 그의 고급 시계와 반지 가치를 합하면 수 억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사에 착수한 부패방지위원회는 "사업하는 친구에게 빌렸다"는 그의 해명만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현지 언론사가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내자 사안은 다시 급물살을 탔다. 태국 대법원은 지난달에야 이 문제를 조사한 정부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총리 선출이 계속 늦어지며 무정부 상태가 장기화하면 태국에 쿠데타 등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전진당 지지층은 1차 투표에서 총리 선출이 무산된 지난주부터 시위하고 있다.
19일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의사당 밖에서는 피타 대표를 지지하는 시위대 150여명이 플라스틱 물병 등을 던지며 피타 대표의 의원 직무 정지 결정에 항의했다. CNN은 "헌재가 피타 대표의 의원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대규모 시위의 가능성을 높였으며 전진당 지지층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고 전했다.
티티난 퐁수디락 태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AFP통신에 "쁘라윗 부총리 등 군부 출신 후보가 나오면 여론이 반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도 "향후 시위 규모는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군인 출신이 되면 시위는 한층 지속적이고 격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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