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엔 "수작" 김기현엔 "천박" 이해찬엔 "천벌"...유인태 쓴소리

위문희 2023. 7. 1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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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청와대 초대 정무수석 시절 거침없는 직언으로 유명했던 ‘엽기 수석’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여야 대표와 전·현직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교체와 정치복원 원로·미래와의 대화' 주제로 열린 새로운 질서 제1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야 30·40세대 원외 정치인들로 구성된 초당적 포럼 ‘새로운 질서’가 주최한 ‘정치교체와 정치복원’ 주제 토론회에서다. 그는 우선 자신의 서울대 사회학과 4년 후배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질타했다. 유 전 총장은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일을 거론하며 “천벌 받을 짓을 이해찬이가 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선거제에 동의를 안 했으니 그렇다 쳐도 ‘저쪽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건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직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타깃이 됐다. 유 전 총장은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정치 개혁’ 화두를 꺼낸 데 대해 “선거 때 이기기 위해서 어느 특정 후보를 꼬시려고 한 수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요새 선거제 개혁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내가 보기엔 조금 미심쩍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에 대해 “제일 큰 약점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가 강성에 끌려다니다가 망했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태극기 부대에 끌려간다고 비치진 않는다”며 “이쪽(민주당)은 개딸이니 뭐니 강성 지지층에 많이 휘둘리고 있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선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비호감도가 비슷한데 저쪽은 불변이지만 이쪽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이 가진 카드”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일각의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금지’ 주장에 대해선 "그따위 소리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반정치주의로, 국민 눈속임"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도 중진 의원들에 대해선 “수도권 5선 내리 자랑하는 놈들 보면 애들이 다시원찮잖다”며 “안 떨어져 본 사람들은 다 문제가 있는 의원들이다. 낙선의 경험이 있어야 성숙이 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치교체와 정치복원 원로·미래와의 대화' 주제로 열린 새로운 질서 제1회 포럼에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한정애 의원,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그는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예전보다 더한 것 같다”며 “과거 YS(김영삼)·DJ(김대중) 때보다 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에 대해선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 줄이고 의석을 줄이자는 것만큼 천박한 포퓰리즘이 없다"고 비난했고, 윤재옥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타협의 정치를 보여줄까 했는데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입김이 너무 강해, 되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치에 대한 전·현직 대통령의 태도를 싸잡아서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1년 넘게 안 만나는 것은 헌정사에 없는 일”이라며 “6공 헌정 체제(1987년 헌법 체제)가 이렇게 가서 안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데 윤 대통령의 시대적 정신이 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좀 보자고 그랬는데, 4당 대표하고 같이 부를 때만 봤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제1야당 대표와 군소정당 대표를 같이 보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문 전 대통령도 정치하기 전엔 시민운동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반정치주의자로, 박원순(전 서울시장)도 그랬다”며 “정치하는 놈은 썩을 놈이고, 자기들은 학(鶴)이라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상적인 협치 모델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3대 국회에서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야당 지도자들이 합의해 작성했던 남북기본합의서를 꼽았다. 그는 “원래 국회라는 싸우고 곳이 맞지만, 싸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싸우다가 결국은 타협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여야 간 타협으로 법안이 하나 만들어지면 그걸 꼭 ‘누더기 법’이라고 하던데, 서로 양보를 하니까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잘 몰라도 누더기로 지은 옷이 더 튼튼할 거다. 요새는 누더기가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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