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살인" 말도 나온 구명조끼…해병대원엔 처음부터 없었다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 상태인 해병대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무리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포병여대 소속 A일병은 이날 오전 9시 3분쯤 구명조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수색에 나섰다가 지반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시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 투입된 장병들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구명조끼나 로프 없이 일렬로 '인간 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현장을 찾은 A일병의 아버지는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나”며 오열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해병대 병사 실종은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발생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예천군 수색 작전뿐 아니라 대민 지원을 나간 장병 전원에게 구명조끼가 지급되기 어려웠던 걸로 파악됐다. 해병대의 경우 상륙고무보트(IBS) 작전 등 해상 임무를 부여 받는 인원에게만 상시 구명조끼가 보급된다. 포병 인력 등 지상 작전 인원에게까지 상시 개인 보급품으로 구명조끼를 배치하기란 예산 등 현재 여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명 구조를 위한 조치가 또다른 인명 피해로 이어진 이유다.
이번처럼 집중호우시 대민 지원에 나서는 경우에도 보트로 수상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인원에게만 우선적으로 구명조끼가 배치된다고 한다. 여기에 실종자 수색 작전이라는 급박한 상황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재해나 재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투입되는 게 군 병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장비 보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군 장병들은 인명 수색이나 구조 활동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군과 소방당국은 A일병 실종 직후 헬기 15대와 IBS 등 장비를 투입해 A일병을 찾고 있다. 상륙돌격장갑차(KAAV)도 투입됐지만 빠른 유속 때문에 5분여 만에 수색 작업을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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