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맞은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서울시는 홀대

성하훈 2023. 7. 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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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총 133편 상영... 분산 상영으로 진행

[성하훈 기자]

 
 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포스터.
ⓒ EXiS 제공
 
한국 실험영화의 최대 축제인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23)이 20일 개막한다. 올해는 133편의 작품이 상영되는데, 전 세계 26개국에서 출품된 총 1459편의 작품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다.

올해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20회를 맞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척박한 실험영화의 토양에서 꾸준히 씨뿌리고 일궈온 노력이 20회까지 이어져 왔다는 자체가 상징적이다. 

실험영화는 서사적인 전개의 일반영화와는 다르게, 스타일과 형식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다양한 표현 방식을 독창적이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시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1910년대 말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아방가르드에 기원을 둔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반 실험영화를 연구하는 뉴이미지그룹이 생겨났고, 1994년 "황홀한 비전:뉴미디어 영상의 미학"을 제목으로 1회 발표회(실험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3회까지 이어진 실험영화제는 이를 주도했던 권중운 선생이 타계한 이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험영화 그룹의 막내였던 박동현 감독(명지대 교수)의 주도로 2004년 제1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이 시작되면서 다시 발을 뗄 수 있었다. 실험영화와 한국의 관객들을 이어주는 연계 순환의 장이 됐고,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실험영화 축제로 성장했다.

실험영화로 한국 찾는 거장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올해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는 태국의 거장 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점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2010년에는 〈엉클 분미〉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21년 틸다 스윈튼 주연의 〈메모리아〉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을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가다.

평소에 접하게 힘든 감독이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형 영화제도 아닌 실험영화 축제를 위해 5년 만에 방한한다는 점은 20회의 의미를 뜻깊게 한다. EXiS2023 기간 중 감독의 초창기 단편들을 포함해서, 중단편 29개의 작품이 상영되고,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GV도 진행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 EXiS 제공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 실험영화 감독 우테 오란드(Ute Aurand)도 EXiS2023을 찾는다. 우테 오란드는 독일 베를린 대안 영화 문화 및 실험영화 분야에 있어서 핵심 인물이다. 감독의 작품은 베를린 국제 영화제, 뉴욕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 등을 비롯해, 테이트 모던, 하버드 필름 아카이브, 뉴욕 현대 미술관 등 전 세계 영화제와 미술관 등에서 활발히 상영되고 있다. 우테 오란드는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실험영화 여성 감독들의 중요한 작품들까지 큐레이팅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스탠 브래키지 마지막 회고전도 EXiS2023에서 눈여겨 볼 프로그램이다. 스탠 브래키지는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이자, 단호한 사회적 발언과 기술적인 혁신으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영화들은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삼가고, 보이는 것을 명명하는 것과는 무관한 순수한 시각적 지각을 선호해 보는 방식을 바꾸게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의 영화는 매우 감각적인 색채로 찍히는 반면, 사운드트랙은 최소한으로만 이용되는 게 특징이다.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서는 2013년부터 EX-Retro(회고전) 섹션에서 스탠 브래키지 감독의 작품들을 9년간 상영해 왔다. 올해를 끝으로 스탠 브래키지 특별 회고전은 마무리된다. 

EXiS2023은 실험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2008년 척박한 국내실험영화계의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오신 전 이디오피아 대사이자 시인인 고창수의 작품을 발굴해 상영한다.

또한, 올해 1월 작고한 작가 마이클 스노우(Michael Snow)의 <파장> (1967) <중앙지역> (1971) <거실> (2000) 등 3편의 작품도 상영한다. 2010년에 회고전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다시 한번 그의 작품을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20회 개최 의미에도 서울시 홀대

오랜 시간 힘든 여건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온 실험영화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국내 실험영화 작가들이 해외 비엔날레 등에서 수상하며 주목받고 있는 현실에서 공적 지원의 실험영화 홀대는 아쉬움을 남긴다.

올해는 특히 해마다 일정한 예산을 지원해 온 서울시의 공모 심사에서 탈락해 준비과정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EXiS2023은 올해 포스터에 서울이란 이름에 X표를 그려 넣는 방식으로 유감을 나타냈다.

20회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2023)은 20일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영상관에서 분산 개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개-폐막식과 20일(목)~22일(토), 25일(화)~27일(목) 6일간, 문래예술공장은 경쟁부문 중심으로 22일(토)~26일(수)까지 5일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상영관에서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섹션을 중심으로 21일(금)~26일(수)까지 6일간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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