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블'로 시작해 '트블'로 맺었다… 렘펠 한국GM 사장의 '8년'
GMTCK에서 한국GM 수장으로… 경영정상화 앞당겨
로베르트 렘펠 한국GM 사장이 8년간의 긴 한국 근무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한때 한국GM의 '지푸라기'에서 이제는 '효자모델'로 자리매김한 트레일블레이저의 부분변경모델 출시를 마지막 공식행사로 정했다.
그는 한국GM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한국으로 와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그 차종이 바로 부분변경 이전의 트레일블레이저다. 그만큼 렘펠 사장에게 있어 트레일블레이저는 각별하다.
렘펠 사장은 19일 강남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열린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를 끝으로 한국GM 사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쳤다.이날 렘펠 사장은 "GM 한국사업장의 사장으로서 자리에 서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그동안 한국에서 제품, 시설, 브랜드를 계획하고 구축하는데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자 보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2년 GM 브라질에 입사 후, GM의 글로벌 사업장에서 제품 기획 및 차량 개발 부문에서 근무하다 2015년 GMTCK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한국에 왔다. 이후 7년간 GMTCK에서 신제품 개발 등을 이끌다 2022년 카허카젬 전 한국GM 사장의 후임으로 낙점돼 1년 간 한국GM을 이끌었다.
렘펠 사장의 마지막 공식 행사가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행사라는 점은 8년간의 업적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그에게 트레일블레이저는 단순한 효자모델이 아니라, 한국 임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렘펠 사장이 2015년 GMTCK 사장으로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개발 단계에서부터 진두지휘한 모델로, 그에게는 한국에 온 후 첫 중대 임무였다.
당시 경영 악화일로를 걷던 한국GM은 2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두개의 차종을 생산해 최소 10년간 사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 이후 처음 내놓은 국내 생산 신차가 바로 트레일블레이저였다.
렘펠 사장은 "경영정상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치프 엔지니어였다. 처음 한국에 와서 차량 개발을 시작했을 때 디트로이트 본사로부터 믿을 수 있고, 디자인이 좋고, 운전하기 재밌고, 합리적인 SUV를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전혀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020년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를 치며 글로벌 전략 차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62만여 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미국 애드먼즈, J.D 파워 등 미국 유수의 시상식에서 최우수 자동차, 소형 SUV 점유율 1위 등에 올랐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은 경영자이면서 엔지니어로서의 능력을 동시에 증명하면서 렘펠 사장이 한국GM의 수장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GM(제너럴모터스) 내에선 적자 시장에 골칫덩이었을 한국GM의 생산 능력과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는다.
올해 3월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 역시 앞서 트레일블레이저가 글로벌 전략차종으로서 경쟁력을 다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산업은행과의 약속이 당초 2개 차종이기는 했지만, 4년간 트레일블레이저로 다진 한국GM의 생산 능력과 품질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트랙스의 흥행 역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1년은 그가 지나온 7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해다. 지난해 8년간의 만성 적자를 끊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한국GM은 지난해 매출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 당기순이익 2101억원을 기록했다. 단연 중심에는 '램펠차'인 트레일블레이저가 있었다.
렘펠 사장은 부분 변경된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첫 탄생 때와 마찬가지로 혼신의 노력을 담았음을 이날 행사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줬다. 2020년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지푸라기'였다면,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 모델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효자 모델'로서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준다.
그의 한국 임기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트레일블레이저가 그가 떠난 이후에도 한국GM의 효자로 자리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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