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나라로 돌아가!" 인종차별 광고, 금지 규정 없다? [오마이팩트]
[김시연, 강석찬 기자]
▲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어린이 영영제 광고가 인종 차별을 조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광고를 소개하면서 “아이들 피부가 하얗게 된다는 한 회사의 영양제의 SNS 광고를 보고 저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너 아프리카 사람이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들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
ⓒ 인스타그램 |
한 어린이 영양제 광고가 인종차별을 조장해 논란이다.
'한국 알림이'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광고 내용을 소개하면서 "아이들 피부가 하얗게 된다는 한 회사의 영양제의 SNS 광고를 보고 저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너 아프리카 사람이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들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건 명백한 '인종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실린 건강기능성 식품 광고로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제품 판매 회사는 <오마이뉴스>에 "자신들이 아닌 광고대행사에서 만든 광고"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인종차별 조장 광고를 SNS에 올리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봤다.
방송·옥외광고 '인종차별 금지' 규정... SNS 광고는 관련 규정 없어
먼저 이 광고가 실린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광고 규정에는 "광고는 인종, 민족, 피부색, 출신 국가, 종교, 연령,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가족 관계, 장애, 질병, 유전 질환 등의 개인적 특성을 이유로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차별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메타 광고주는) 광고에 차별적인 콘텐츠를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미국 차별금지법 등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전광판이나 현수막 같은 옥외광고나 방송광고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인종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방송법 제33조(심의규정)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하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공표하여야 한다"면서 심의규정에 '인종, 민족, 지역, 종교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제2항 제8호)이 포함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인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차별금지 등) 제1항은 "방송광고는 국가, 인종, 연령, 직업, 종교, 신념, 장애, 계층,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했다.
광고 전광판, 현수막 등 옥외 광고물 내용을 규정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옥외광고물법)' 제5조(금지광고물 등)에도 "누구든지 광고물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표시하여서는 아니된다"(제2항)면서 '인종차별적 또는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제5호)이라고 규정했다.
인권위, "특정국가 출신 여성 결혼 가격할인 현수막, 인종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1년 1월 한 국제결혼정보업체가 경기도 안성시에 내건 현수막에 '월드컵 16강 기념 안성인 OOO 결혼 980만원 파격할인행사'라고 특정 국가명을 사용한 행위가 인종차별적 표현을 금지한 옥외광고물법과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다며 재발 방지 등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돈만 있으면 OOO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매매혼적 표현을 담고 있을 뿐아니라, OOO 출신 여성을 가격할인의 대상이 되는 상품으로서 이미지화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OOO 출신 여성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퍼뜨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면서 "이러한 인종차별적 표현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 1조와 제 4조가 민족적 근거에 의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효과를 촉진하거나 고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영양제 광고처럼 SNS 등에 올리는 온라인 광고 내용에 대한인종 차별 금지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회원사로 참여한 사단법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지난 2013년에 만든 '온라인광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제16조(차별금지)에는 "온라인광고는 국가, 민족, 인종, 성, 연령, 직업, 종교, 신념, 장애, 계층,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했지만, 현재 이 기구에서는 온라인광고심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KISO는 지난 4월 27일 제정한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에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이하 '특정 속성'이라 한다)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게시물은 혐오표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삭제나 노출 제한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 지난 2020년 6월 5일 오전 서울 미대사관앞에서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에 살해당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
ⓒ 권우성 |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종차별 조장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다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팀장은 1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국내법상 인종차별은 형사법상 처벌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문제가 있는데 정부에서는 모욕죄 등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UN 인종차별철폐 협약에 가입돼 있어서 명백하게 인종차별을 금지해야 할 국가적인 의무가 있는 상황이지만, 인종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 ; 근현대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멸칭의 역사> 저자인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1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해당 광고는 명백하게 인종차별 사례"라면서도 "우리나라에는 인종혐오범죄에 대한 법 규정이 없어 형법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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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광고, 한국은 금지 규정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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