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美에 빌려준 국보, 왜 그곳에…"백악관 아닌 트럼프 집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미국 백악관 행사에 잠시 빌려줬던 국보들이 반환되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자택으로 옮겨졌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인 2019년 12월 백악관이 개최한 유대인 명절 행사 ‘하누카’를 기념해 이스라엘 문화재청(IAA)의 국보 일부를 대여했다. 이때 미국으로 건너간 대표적인 유물이 도자기 등잔이다. 그런데 이 등잔을 포함한 일부 국보는 정작 기념행사에 전시되지 못했다. 해당 유물들이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으로 규정하는 서안 지구에서 출토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 정부 내에서 “국제 문화유산 관련 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 몇 주 동안 전시될 예정이던 유물 일부는 대중에 공개도 못 한 채로 이스라엘로 반환될 참이었다. 문제는 불과 몇달 후인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는 점이다. 이 시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각국 항공편과 물류 이동이 중단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당시 백악관 행사에 참여했던 유대계 미국인 사울 폭스라는 인물에게 반환 예정인 국보의 관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이 보물들이 최근 플로리다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미 정부에 건넨 지 3년 만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밀 문건을 대량 반출했다는 혐의로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보들이 이곳에 보관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 국보들이 왜 마러라고로 갔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엘리 에스코지도 IAA 청장은 “외교부 등을 통해 미국 측에 국보 회수를 요청했지만, 아직 반환에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이스라엘이 애타게 찾는 국보들이 이제 마러라고 자택의 화장실에서 발견돼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