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 경제에도 리스크…“물가·성장률에 부정적 영향”

오효정 2023. 7. 19. 17: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엘니뇨 영향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은 베트남. AFP=연합뉴스

지구 곳곳이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마주하는 가운데 각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한 베트남은 가뭄에 시달리며 삼성전자와 애플 협력사 폭스콘 공장 등이 지난달까지 생산 차질을 겪었다. 베트남은 수력발전 비중이 약 40%에 이르는데, 가뭄을 동반한 엘니뇨로 극심한 전력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2050년 기간 중 평균기온 증가폭에 따른 손실률 계산. (평균기온 변화가 없는 상황 하에서의 GDP 대비 비율) 김경진 기자

특히 예비 전력 등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달 주베트남 유럽상공회의소 여론조사 결과 기업 절반이 “전력 위기로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의 수력발전 감소는 석탄ㆍ천연가스 수요 증가로 이어져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와 곡물 시장도 기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소맥ㆍ광물), 인도(소맥ㆍ원당), 동남아(광물ㆍ팜유), 남미(광물ㆍ각종 농산물) 등이 최근 산불과 홍수 등 기상 이변을 겪으면서 수급 차질 우려가 빚어지고 있어서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옥수수 선물가격은 1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5.9% 올라 6월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밀과 대두 선물가격도 각각 전날보다 2.6%, 0.5% 상승했다. 커피콩 품종 로부스타 원두 선물가격이 올해 들어 50% 가까이 오르고, 카카오콩도 지난달 46년 만에 최고가를 썼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지목한 엘니뇨 취약국 중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은 전세계 쌀 생산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탈리아 농민협회 '콜디레티'는 폭염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유 생산량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냉각을 위한 에너지 비용 증가로 농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관광지 폐쇄로 인한 관광 산업 타격과 전력 과부하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가 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노동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WSJ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화씨 1도 상승하면 연간 성장률이 0.15~0.25%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영세 업체들이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레모인 애리조나대 경제학자는 “더운 날씨가 생산량 저하와 관련 있다는 신호가 매우 분명하다”며 “폭염으로 노동 생산성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준홍 기자

부담은 가계로도 전가된다. 비영리단체 에너지지원관리자협회(NEADA)는 “올여름 가정 에너지 요금이 전년 대비 11.7% 오른 578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차질과 생산성 감소라는 악순환은 결국 국내총생산(GDP) 손실로 이어진다. 스위스리(Swiss Re) 연구소는 산업화 이전 시기부터 2050년까지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세계 GDP 손실률이 -1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GDP 손실률이 -7.6%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GDP 손실률만 떼서 보면 ▶2도 미만 증가 시 -2.7% ▶2도 증가 시 -8.5% ▶2.6도 증가 시 -9.7% ▶3.2도 증가 시 -12.8%다.

정선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당 연구에 대해 “파리 협정의 감축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GDP의 4.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게 되는 글로벌 GDP 감소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수익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