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 '삭센다' 투여 후 자살 충동… 사용해도 괜찮나?
아직 삭센다와 자살 충동의 인과관계는 조사 중이나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복용 후 발생한 자살 충동 후 실제 자살 사례가 다수 발생했음을 고려한다면,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삭센다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해관계 배제를 위해 인터뷰는 모두 익명으로 진행했다.
◇예견된 부작용? 정신건강 영향 줄 수밖에 없는 삭센다
삭센다가 자살 충동 유발에 실제로 영향을 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져보는 것과 별개로, 비만치료제 약물 특성상 삭센다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식이장애 진료를 보는 정신건강의학과 A 교수는 "체중이 감소하면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감소 등 화학적 변화가 발생하면서 감정변화가 수반된다"며 "특히 체중감량 폭이 크면 화학적 변화의 폭도 커지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삭센다가 기본적으로 체중감량 효과가 큰 약에 속해, 사용자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약학대학 교수 B씨는 "아직 명백한 인과관계가 입증된 건 아니지만, 삭센다는 식욕 억제 등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비만치료제와 달리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약이라 감정적인 부분에 영향이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리라글루타이드와 세미글루타이드는 본래 당뇨약이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용량으로만 사용했다면 자살 충동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으리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혹시나' 긴장감 감도는 비만치료시장
비만치료 전문가들은 삭센다를 더욱 주의 깊게 보고있다. 비만 자체가 정신질환과 연관이 깊은 점을 고려, 삭센다가 이를 악화할 여지가 있다면 빠르게 처방을 바꿀 준비도 하고 있다.
비만 치료 전문 의료기관 원장 C씨(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비만 자체가 심리적인 문제와 결합하여 있고, 비만이 아니라도 체중감량을 위해 삭센다를 사용하려는 이들은 식이장애나 체형 인식 왜곡 등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인과관계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이런 사람들이 삭센다의 부작용에 더 취약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자살 충동 부작용이 보고된 이상 처방할 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미 삭센다가 정신질환 관련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제기됐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D씨는 "삭센다는 정신건강질환 치료 약물과 병행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약제로, 현재 이미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되는 일이 흔하다"며 "아직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환자는 없었으나 우려가 돼 환자들에게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면 반드시 알려주길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과성 입증 난항 전망… 시장 퇴출 가능성은 작아
다만,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삭센다가 이번 자살 충동 부작용 보고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자살 충동과 삭센다 간의 인과관계가 분명하게 입증되어야 허가취소 등이 결정되는데 일단 인과성 입증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C 원장은 "비만과 심리문제는 연관성이 깊어, 자살 충동이 발생했을 때 기존 심리문제 때문인지 삭센다로 인한 문제인지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과성 확인을 위해선 삭센다 비사용 집단과 삭센다 처방집단의 자살 충동률 등을 비교해야 하는데 삭센다는 대규모 처방이 이뤄진 약이라 비교, 검증에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C원장은 "삭센다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국가는 미국인데 그보다 훨씬 사용량이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처음 자살 충동 부작용 보고가 이뤄졌다는점 등을 고려한다면, 일부 지역의 특수성에 따른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볍게 생각할 일 아냐" 의사 상담 후 처방 필수
안전을 생각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삭센다와 자살 충동과의 인과성이 밝혀질 때까지 삭센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인과성이 밝혀질 때까진 의사도 환자도 삭센다를 더욱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A 교수는 "자살 충동 부작용 보고가 이뤄진 만큼 문제 약물 사용자의 모니터링을 철저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삭센다는 소아청소년에게도 사용이 허가된 약물인 만큼 시작단계에서부터 적응증에 해당하는 비만환자만 사용할 수 있게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삭센다는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부작용이 하나씩 드러나는 단계이다"며 "처방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하고, 모니터링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C 원장은 "비대면 진료 시작 이후 삭센다 처방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개인적으론 비대면 진료로 삭센다를 처방하지 않는다"며 "삭센다는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약이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삭센다 처방을 원한다면 반드시 의사와 충분히 상담 후 적절성을 따져 사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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