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관 전부터 쩔쩔맨 환경부"...與 '국토부 물관리' 법 발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수해대책과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질타한 가운데, 여권에서 물 관리 권한을 환경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재이관하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환경부가 수량관리보다 용수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혹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사업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난 만큼 환경부에 있는 물 관리 권한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는 치수(治水)대책을 포함한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에서 이관받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국토부로 재이관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전날 김기현 대표도 “물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발맞춰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정책위 부의장)은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에 넘기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24일 발의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물 관리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이를 다시 국토부로 환원하는 내용이다.
송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환경부가 수해방지보다는 수질관리 등 환경보전 부문으로 물 관리를 해 이번 폭우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국토부 재이관에 공감하는 당내 의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2020년 12월 물 관리 권한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토관리를 총괄하는 국토부가 계속 물 관리를 해야 한다”며 반대토론을 했었다.
당 지도부는 ‘국토부 재이관’을 장기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법 개정에 대해서는 당정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방향성은 물 관리 주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으로 잡혔다”고 말했다. 법 개정을 위해선 야당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고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신 7~8월 폭우로 수해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물 관리 권한을 재이관하는 문제는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문제여서 장기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당장은 국민이 또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환경부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질책이 ‘마지막 경고’ 성격이 짙은 만큼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권한 이관 당시 권영세, 환경부 향해 “우물쭈물 말라”
한편 환경부가 치수(治水) 부문에 취약하다는 점은 법 개정 논의 당시부터 예견됐다는 게 여권 시각이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020년 11월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는 하천 관리 권한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현 통일부 장관)은 환경부 관계자를 향해 “법안이 개정된다면 이관 작업을 완전히 마치기 위해 시행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당시 원안에는 ‘법안 공포 6개월 후(2021년 6월) 시행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6개월 만에 인사·조직재편 등 준비를 마칠 수 있는지 묻는 말이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권한을 이관받는 입장에서는 시점을 정해놓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우물쭈물 답하지 말라. 내일 이관을 받아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당시 행정안전부와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2021년)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5월이라 치수공사를 그때까지는 마쳐야 한다”며 “하지만 공사가 8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준비 기간이 넉넉히 1년은 돼야 공사를 완벽하게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주도로 치수공사를 하던 도중인 2021년 6월 환경부로 권한이 넘어가면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국회는 이를 수용해 ‘법 공포 1년 후(2022년 1월) 시행한다’로 조항을 수정해 가결시켰다. 행안위 관계자는 “법 개정 당시부터 환경부가 준설(浚渫) 등 치수 관련 업무에 밝지 못해 쩔쩔매는 듯한 모습을 보여 국회에서도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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