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53도' 열돔에 갇힌 북반구…한국은 극한호우 뒤 폭염

천권필 2023. 7.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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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 곳곳이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붉은색 부분은 열돔 현상으로 인해 16일 기준 고온이 나타난 지역들. 영국 기상청 트위터 캡쳐

북반구 곳곳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은 극한호우를 뿌린 장마가 거쳐간 뒤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미국과 유럽 등엔 이른바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8일(현지시각) “극심한 폭염이 북반구 대부분 지역을 휩쓸면서 일일 온도 관측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며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아시아, 미국 남부의 많은 지역이 열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열돔은 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마치 돔(dome·반구형 지붕)처럼 가두는 현상을 말한다.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기온이 46도까지 오른 가운데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에서는 남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일부 지역은 46.3도까지 치솟았고, 스페인은 카탈루냐 지역을 중심으로 45도를 웃도는 극심한 더위가 나타났다. 이에 스페인과 이탈리아 기상청은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53도·중국 52도…더위 기록 경신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에서 폭염 주의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도 서부와 남부 지역에 40도가 넘는 기온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18일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측정된 기온은 47도에 달했다. 기상청 피닉스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19일 연속 43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며 “50년 전 세웠던 종전 기록(18일)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있는 퍼니스 크릭의 온도계는 16일에 53.3도를 기록했다. 역사상 가장 높았던 기온 기록은 1913년 7월 10일의 56.7도다. WMO는 “6월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7월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폭염이 계속됨에 따라 새로운 대륙별 기온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트기류 약해져 고기압 정체…폭염 장기화”


16일 폭염 적색 경보가 내려진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우산으로 햇볕을 가린 채로 길을 건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상학자들은 북반구를 뒤덮은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을 꼽았다. 열돔 현상이 발생한 지역은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햇볕이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지면에 도달할 뿐 아니라 공기 순환을 차단해 기온이 급상승한다.

올여름 폭염의 기세가 유독 강한 건 중위도 지역 상공에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공기의 순환이 느려졌고, 이에 따라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오랫동안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WMO의 기후 전문가인 알바로 실바는 “제트기류가 약해진 조건에서는 거의 고정된 날씨 패턴이 형성돼 일부 지역에서는 장기간의 폭염과 가뭄이 발생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폭우가 내린다”고 말했다. 전지구적인 온난화 추세와 올여름 강하게 발달 중인 엘니뇨 현상이 폭염의 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폭염이 시달리고 있다. 중국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열돔 현상이 나타난 중국 북서부에 있는 신장성 산바오 기상 관측소의 기온은 52.2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수도 베이징은 18일에 기온이 35.1도까지 오르면서 연중 35도 이상 기록한 날이 27일로 신기록을 세웠다.


비 그치자 폭염주의보…체감온도 34도 “건강 주의”


서울 등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햇빛을 피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의 폭염은 열돔 현상까지는 아니지만, 장맛비가 멈추고 기온이 급격히 올라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은 1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체감온도가 32.4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장맛비가 다시 찾아오는 주말 이전까지 최고 체감기온 34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많은 비로 수해가 발생한 지역에서 복구 작업 시 탈수와 일사·열사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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