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혁신위, 이번엔 '공천룰 개정'…계파 갈등 확전 조짐에 불만 고조

김민석 2023. 7.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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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국민들이 원하면 공천룰 다룰 것"
민형배 "공천혁신 통해 현역 50% 바꿔야"
당내선 친명·비명 계파 갈등 거세질 우려
일각선 '친명계 혁신위'의 불공정 걱정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여곡절 끝에 불체포특권 포기안의 '반쪽 동의'를 얻어낸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이번엔 공천룰 개정 이야기를 꺼내면서 당내 혼란을 빚고 있다. 공천룰이 어떻게 변경되느냐에 따라 계파 간 유불리 뿐 아니라, 각 의원별 셈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상대적으로 명분이 확실했던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통과시키는데도 진통이 있었던 만큼, 혁신위가 실제로 공천룰을 건드리게 될 경우 더 큰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인데 '공천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국민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순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하고자 한다. 폐지가 될지 어떤 식으로 유지가 될지는 지금 굉장히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모든 역학관계와 우리 당 역사를 살피겠다"고 발언했다.

당 쇄신을 책임져야 하는 혁신위가 차기 공천룰의 개정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바로 이튿날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단체가 바로 바통을 건네받아 '공천혁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민주혁신회의)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의원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한다. 3선 이상 다선의원은 4분의 3 이상, 즉 39명 중 30명은 물갈이돼야 한다. 만일 이런 민심을 거부한다면 배가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대표적인 친명계 의원이고, 민주혁신회의는 원내외 친명계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민 의원은 "공천혁신은 물갈이의 제도화다. 민주당이 대대적인 물갈이라는 민심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공천혁신"이라며 "민심이라는 물결을 거스르는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해체하고, 현역의원의 기득권 유지와 옹호에 치우친 현재의 공천제도를 국민과 당원의 뜻이 반영되는 공천제도로 대대적으로 바꾸어내는 것이 바로 공천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국회의원 공천 제한 △현역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평가 공개 및 반영 강화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시 당 정체성 항목 신설 △경선 후보자들의 1회 이상 합동토론회 보장 △3인 이상 선거구 결선투표 의무화 △모바일투표 확대 △정치신인 배제기준서 당내 경선 참여경력 제외 △정치신인의 당원접근권 보장 △경선 후보자의 징계경력 등 정보 공개 등 10대 공천혁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만큼 공천룰은 당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현재 결정된 공천룰이 흔들릴 경우 총선의 판도가 바뀔 수 있어서다. 특히 당이 계파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룰을 건드리게 될 경우 이 사안이 계파 전면전으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혁신위원장과 친명 단체가 하루 간격으로 '공천룰 개정'을 마치 부창부수(夫唱婦隨)마냥 외치고 나선 것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는 의구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번째)과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현역의원 50퍼센트 물갈이를 제도화하는 10대 공천 혁신 제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재 비명계는 기존에 확정됐던 공천룰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천룰을 건드릴 경우 강성 지지층을 앞세운 이재명 대표와 친명들에게 유리하도록 공천의 판이 짜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비명계에선 혁신위가 공천룰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현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다는 시각이 존재해서다. 실제로 서복경 혁신위원은 전날 SBS라디오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원회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며 "아직 이분이 탄핵에 이르는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지도부를 전제로 놓고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전에 열린 친명계의 공천룰 개정 요구가 더해지면서 당내 우려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민주혁신회의의 '현역 50% 물갈이' 주장이 그동안 일각에서 나오던 비명계 물갈이와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천룰이 민감한 이유는 계파별·선수별 갈등을 더 키울 수 있어서다.

특히 대의원제 개편 논의가 겹쳐질 경우 친낙(친이낙연)계를 비롯한 비명계가 공천 과정에서 솎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발이 센 편이다. 공천 태스크포스(TF)단장이었던 이개호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룰은 중앙위원 72% 찬성으로 확정됐다"며 "(혁신위가) 당원의 의사를 초월하는 권력은 없다"고 밝혔다.

대의원제는 최근 불거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원인으로도 지목된 제도다.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개편해 표의 등가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지만, 해당 요구가 관철되면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비대해지므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김용민·민형배 등 친명계 의원들은 지난 5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리당원이 늘수록 상대적으로 대의원의 표 가치는 더 높아져 대선 전 권리당원 33표에 해당하던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 114만명의 오늘에는 권리당원 54표에 맞먹을 만큼 치솟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금 혁신위가 당이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지선에서의 실패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내는 것이 할 일인데 공천룰을 건드리겠다는 건 사실상 월권으로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의원도 "공천은 정당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인데 이걸 당내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진행하겠다고 한다면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이미 시스템화 돼 있는 공천룰을 임의적으로 건드리겠다는 것도 의도가 의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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