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금토'는 느낌이 참 다르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예루살렘 여행을 마치고, 텔 아비브에서 이틀을 더 묵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이었죠. 겨우 이틀이었는데, 두 날의 분위기가 아주 달랐습니다.
우리는 일주일 중 일요일을 휴일로 보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전 세계가 일요일을 휴일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이슬람교에서는 금요일을 휴일로 칩니다. 몇몇 이슬람 국가는 국제 기준에 맞춰 일요일을 휴일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금요일에 쉬는 국가도 많습니다.
▲ 토요일 텔 아비브의 거리 |
ⓒ Widerstand |
물론 이스라엘의 모든 유대인이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주로 집에서 휴일을 보내죠. 시내버스도 운행하지 않습니다.
▲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은 쇼핑몰 |
ⓒ Widerstand |
신호등만이 때에 맞춰 불빛의 색을 바꿀 뿐입니다. 하지만 신호등을 보지 않고 걸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차도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더 중심가로 나가니 그제야 차와 사람이 보입니다. 하루만에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신기했습니다.
언급했듯 유대인 인구 모두가 안식일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 모두가 원리주의적인 유대교 신자는 아니니까요. 사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스라엘은 세속주의 국가입니다. 특히 건국 초기에는 유대교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먼 나라였죠.
▲ 텔 아비브의 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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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국은 이미 아랍인에게도 맥마흔 선언을 통해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약속을 한 셈입니다. 영국이 책임지지 않는 사이 이 땅에는 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이스라엘 국기 |
ⓒ 김찬호 |
이스라엘은 매우 현대적인 국가입니다. 현대에 들어와 새로 창조된 국가라는 의미입니다. 유대인의 땅을 되찾겠다고 했지만, 세계로 흩어진 유대인은 이미 너무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로 퍼져 있던 유대인이 한 곳에 모였다고 해서 단일한 집단이 될 리 없습니다.
당장 언어가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은 히브리어를 국어로 사용하죠. 하지만 히브리어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경전이나 종교 의례에서만 사용되는 언어였습니다. 중동부 유럽에 있던 유대인들은 독일어와 유사한 '이디쉬어'를 사용했습니다. 남부 유럽에 있던 유대인들은 스페인어와 유사한 '라디노어'를 사용했죠.
▲ 히브리어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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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하레디 신학생의 숫자는 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8세까지 신학 공부를 이어가는 신학생에게는 병역을 면제하고 수당을 지급합니다. 하레디 인구의 대부분은 별도의 수익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 하레디가 살고 있던 예루살렘의 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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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치에서 우파 세력의 입지는 점차 강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 당이 집권을 장기간 이어오고 있죠. 제1야당의 자리도 이제는 자유주의 정당인 예쉬 아티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 예루살렘의 시장 |
ⓒ Widerstand |
또 그럴수록 세계 각지의 자유주의적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외면할 것입니다. '유대인의 국가'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도 약해질 것입니다. 보수적 정치세력은 그럴수록 이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 할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처럼요.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수도를 예루살렘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지배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수도를 텔 아비브로 보고 있죠.
▲ 텔아비브의 산책로 |
ⓒ Widerstand |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며 공존하는 것. 맥도날드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 어째서 이 나라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요. 이 막다른 길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만 허상 뿐인 '정체성 만들기'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이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이스라엘의 위태로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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