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건 국립극장장 "남산 이전 50주년, 레퍼토리 중심 60편 선보인다"

김희윤 2023. 7. 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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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신작 24편·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공동주최 13편
해오름극장 상시 개방 등 관객 접근성 높여

"해오름극장을 중심으로 공연 횟수를 늘리고, 북카페 등을 만들어 공간을 더 개방하는 등 극장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관객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극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남산 이전 5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_박인건 국립극장장. [사진제공 = 국립극장]

국립극장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선보일 2023-2024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박인건 극장장은 "이번 시즌 의미 있는 작품은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하는 ‘세종의 노래’로 3개 예술단체와 더불어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3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종의 노래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백성에게 전파하기 위해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박범훈 작곡가, 손진책 연출, 국수호 안무가가 참여해 세종대왕이 남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인건 극장장은 새로운 시즌을 맞아 공연 횟수 확대 계획도 밝혔다.

박인건 극장장은 "국립극장이 제작 극장이다 보니 무대 셋업이나 연습 등으로 공연 횟수가 그동안 상당히 적었는데, 횟수를 과거 대비 10∼20% 늘리려고 한다"며 "특히 해오름극장은 메인 극장임에도 공연 횟수가 한 해 110회밖에 되지 않아 올해 50회 정도 늘렸고, 국립극장 위상에 걸맞게 공연 횟수를 앞으로 200회 정도로 확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무녀의 삶을 통해 인간사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작품인 국립창극단의 '만신: 페이퍼 샤먼'(2024년 6월 26∼30일)은 음악감독과 연출가, 배우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 국립극장]
창극단 '심청가'부터 무용단 '사자의 서'까지…다채로운 총 60편 공연

국립극장의 새 시즌에는 신작 24편, 레퍼토리 작품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공연 13편 등 총 60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2012년부터 1년 단위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레퍼토리 시즌을 운영해온 국립극장은 12번째 시즌을 맞았다. 2023-2024시즌에는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전속단체의 도전적인 신작과 완성도를 높인 재공연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신작 중에서는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선조처럼 우리 음악에 전통술을 곁들인 야외 음악회 '애주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단체를 비롯해 앞서 박 극장장이 언급한 300명의 출연진이 선사하는 기획공연 '세종의 노래' 등 전통에 새로움을 더한 작품이 눈에 띈다.

'애주가'(2024년 6월 1∼2일)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으로 푸르른 남산 자락에 둘러싸인 야외광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으로 전통술과 전통음악을 소재로 하는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전통음악과 전통주는 가치가 있으면서도 현대적으로 발전해나간다는 점이 닮은 데서 기획하게 된 작품"이라며 "어제 아이디어 회의에는 연주자도 관객과 술을 마시며 흥을 먼저 느끼고, 긴장감을 풀고 연주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도 나왔는데, 아마 관객도 전통주를 시음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연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녀의 삶을 통해 인간사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작품인 국립창극단의 '만신: 페이퍼 샤먼'(2024년 6월 26∼30일)은 음악감독과 연출가, 배우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맡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극단의 콘텐츠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창극 심청가. [사진제공 = 국립극장]

연출가 손진책과 대명창 안숙선이 완성한 '심청가'(9월 26일∼10월 1일)는 격조 높은 판소리의 멋과 정제된 무대미술의 조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손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이 만난 '패왕별희'(11월 11∼18일)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창극 '리어'(2024년 3월 29일∼4월 7일)는 배삼식의 극본에 한승석과 정재일의 음악, 정영두의 연출이 더해져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묵향'(12월 14∼17일)도 무대에 오른다. '묵향'은 이번이 25번째 공연이다.

국립무용단이 티베트 불교 경전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이는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024년 4월 25∼27일)는 김종덕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낸다. 동시에 관객에게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밖에도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한 '온춤'(9월 1∼3일),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 '몽유도원무'(2024년 6월 28·30일) 등이 공연된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우수한 작품들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단체의 공공적 역할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벽 없는 무대도 이어진다. 장애·비장애인 예술가가 창의적으로 협업해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합★체'(9월 14∼17일),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12월 6∼10일), 음악회 '2024 함께, 봄'(2024년 4월 13일), 여성 농인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연극 '맥베스'(2024년 6월 13∼16일) 등을 선보인다.

세계 공연예술 흐름을 짚어내는 엔톡 라이브 플러스와 해외초청 공연도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으로 동시대 가장 논쟁적인 연출가 밀로 라우의 연극 '에브리우먼'(2024년 5월10~12일)이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국제현대무용제(MODAFE) 2개 공연예술축제도 개최된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2(NDT 2), 샤요 국립무용극장,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무용 공연이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_(왼쪽부터)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단장 직무대리,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 [사진제공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로비 전면 개방, 편의시설 확충…'복합문화공간으로'

새 시즌을 맞아 국립극장은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추진한다. 내년에는 파주 무대예술지원센터를 개관해 지속가능한 제작환경 조성을 위해 힘쓴다.

특히 대극장인 해오름극장 로비 공간이 공연 감상의 시작점으로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예술적 감성을 충전하는 장소가 되도록 새롭게 정비한다. 오는 8월 해오름극장 지층에는 샐러드와 브런치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들어선다. 공연이 없어도 방문객이 언제든 해오름극장 로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하고, 2층 로비는 예술 서적을 열람할 수 있는 '북 라운지'로 새롭게 구성했다.

국립극장은 열린 공간으로서 많은 이들의 일상에 함께 하기 위해 대중 친화적 행사도 다채롭게 개최한다.

봄·가을 매주 토요일에는 해오름극장 앞 문화광장에서 각양각색 문화시장을 운영한다. 친환경 농작물 시장과 음악 공연이 결합한 '아트 인 마르쉐'가 계속되며, 식물 마켓과 공연이 함께하는 '아트 인 가든', 도서 시장을 중심으로 토크 콘서트와 야외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아트 인 북스', '천하제일탈공작소'에게 다양한 지역 탈춤을 배우는 '아트 인 탈춤'이 새롭게 개최된다.

박인건 극장장은 "취임 후 국립극장이 제작극장으로서 탄탄한 시스템과 예술적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고, 이에 따라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이 계속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많은 관객이 일상에서도 국립극장을 친근하게 찾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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