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남아공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키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다음 달 22~2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을 대면 형식으로 열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에는 상호 합의에 따라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하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이 대신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여부가 주목받은 건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체포될 수도 있어서였다.
앞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남아공은 ICC 회원국이어서 푸틴 대통령이 영토 안에 들어갈 경우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었다. 남아공 입장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오면 체포를 도와야 해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푸틴 측이 먼저 불참 의사를 알리면서 체포를 해야한다는 부담을 덜게 됐다.
폴 마샤틸레 남아공 부통령이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을 두고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가 체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푸틴을 체포할 수는 없다"면서 "그냥 푸틴이 오지 않는 게 우리로선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 된 셈이다.
ICC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혐의가 있다며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 정부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인도적 이유로 자국에 데려간 것이라며 반발하지만, 우크라이나와 ICC는 전쟁 이후 1만6000여 명의 어린이가 불법 납치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남아공의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은 푸틴 대통령이 남아공 땅에 발을 디딜 경우 남아공 정부가 그를 체포하도록 강제하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법원에 서면 진술서를 제출, 푸틴을 체포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남아공 땅에서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또 "이는 정부의 무모하고, 위헌적인 권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사이가 가까운 남아공은 지난해 유엔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낼 때도 기권한 바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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