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노후자금만큼 중요한 부부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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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이 있다.
패널들에게 주어진 질문 중 하나는 퇴직한 남편이 낮에 집에 있으면 당사자인 남편이나 아내 입장에서 불편을 느끼냐는 것이었다.
종래부터 있었던 이유인 성격 차이, 경제문제, 배우자의 외도 등과 더불어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요한 계기의 하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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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갈등 문제를 다룬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이 있다. 패널들에게 주어진 질문 중 하나는 퇴직한 남편이 낮에 집에 있으면 당사자인 남편이나 아내 입장에서 불편을 느끼냐는 것이었다. 남녀 패널들 대부분이 ‘불편을 느낀다’고 했다. 여성 패널들은 퇴직하고 집에 있는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고 왠지 속박당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했다. 더구나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게 너무 서투르고 잔소리까지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난다고도 했다. 남성 패널들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은 아내의 눈치가 보여 불편하다고 답했다. 집안일을 도와주다 사소한 실수로 핀잔이라도 듣게 되면 화도 나고 서글퍼진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런데, 남편 퇴직 후의 부부 갈등 문제는 우리보다 20년쯤 고령사회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가 훨씬 더 심각한 것 같다. 도쿄의 서점가에 가보면 ‘은퇴 후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는 법’ ‘퇴직 부부 취급설명서’ ‘무서운 아내, 무용지물 남편 처방전’ ‘은퇴 남편 길들이기’와 같은 제목의 책이 다수 진열돼 있다. 남편이 퇴직한 가정의 부부 갈등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책이 나와 있는 것이다.
의학박사 구로카와 노부오씨 같은 경우는 퇴직 후 부부 갈등의 위험도를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기 때문에 아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 이상으로 악화한다는 것이다. 증상으로는 우울증, 고혈압, 천식, 공황장애, 암공포증, 십이지장궤양, 키친드링커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남편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부원병(夫源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커플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는 부부 공동의 행동이 당연시되고 있다. 출장이나 전근을 가야 할 경우에도 배우자의 승낙이 필요하다. 항상 배우자에게 관심을 갖고 부부간의 애정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 자체보다도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남편의 퇴직을 계기로 부부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와 달리 일본의 부부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사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남편은 출장이나 전근을 갈 때도 특별히 아내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다. 덕분에 회사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아내는 가사에 열중하다가 자녀 양육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취미, 지역사회 활동 등을 하며 자기 나름의 삶의 보람을 찾는다.
일본에서 지난 20년 동안 이혼 건수와 이혼율 자체는 크게 줄었지만,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의 중년·황혼이혼 비율은 1990년의 13.9%에서 2020년에는 21.1%로 약 1.5배로 늘어났다. 문제는 중년·황혼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다. 종래부터 있었던 이유인 성격 차이, 경제문제, 배우자의 외도 등과 더불어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요한 계기의 하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이 때문에 일본의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둔 부부들에게 퇴직 후의 부부 화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퇴직 후에도 낮 동안은 가능한 한 부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있다. 노후자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부 화목이라는 인식을 갖고 현역 시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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