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상민 폭탄, 내부의 적이 된 축구협회

이준목 2023. 7.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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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각종 논란에 몸살 앓는 황선홍호, 거세지는 비난 여론

[이준목 기자]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24세 이하 축구대표팀 황선홍호가 대회 시작도 하기전에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논란의 대부분이 결국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으로 자초한 자책골이라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이상민(성남FC)을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9년생인 이상민은 울산 현대-충남 아산FC를 거쳐 올시즌부터 성남FC에서 활약해왔다. 수비수인 이상민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로 황선홍호 출범 이후 대표팀에서 꾸준히 핵심멤버로 중용되어왔고, 주장 완장까지 차기도 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최종명단에도 무난하게 승선했다.
 
▲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은 누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논란이 된 이상민의 과거 전력

그런데 발탁 이후에 이상민의 과거 전력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상민은 K리그2(2부 리그) 충남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전력이 있다. 심지어 이상민은 처음에는 구단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소속팀에서 3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상민에게 15경기 출장 정지와 4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상민은 징계를 모두 소화했지만, 그럼에도 국민정서상 음주운전에 은폐까지 시도한 선수가 과연 국가를 대표할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않았다. 또한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내면 병역혜택까지 주어진다. 묵묵히 성실하게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살아온 일반 국민들과 보통 축구선수들에게는 박탈감이 느껴질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애초에 이상민은 국가대표에 뽑힐 자격이 없는 선수였던 것이다. KFA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에는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았을 땐 형이 확정된 후 3년, 500만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엔 2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상민이 음주운전에 적발된 건 지난 2020년 5월 21일이었다. 규정상 이상민은 2023년 8월 4일까지는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민이 황선홍호에 승선하여 첫 경기에 나선 건 지난 2021년 10월 25일로 아직 2년이 안 된 시점이었다.

또한 이상민은 2022년 6월 AFC U-23 아시안컵과 올해 6월 중국과의 원정 평가전에도 모두 버젓이 출전하여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이제는 단순히 음주운전 전력에 대한 도의적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축구협회가 스스로 규정에 어긋나는 '부정 선수'를 대놓고 기용한 대형 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18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한다. 향후 행정체계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하며 이상민을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협회의 어설픈 해명은 가뜩이나 성난 축구팬들의 여론에 오히려 기름만 부었다. 협회 측은 K리그1이나 A대표팀과 비교하여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 산하 기관이며 K리그2 역시 K리그1과 마찬가지로 엄연히 프로 리그다. '2부리거니까 잘 몰랐다'는 식의 변명은 협회가 한국축구의 운영주체로서 모든 구성원들을 동등하게 대우-관리하고 검증해야 할 당연한 책임을 포기했다는 황당한 궤변일 뿐이다.

축구협회의 실책, 더 큰 문제는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단지 이상민 개인의 대표팀 하차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미 최종명단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로 넘긴 상태다. 명단을 중간에 바꾸려면 부상이나 의학적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상민은 온전히 축구협회의 실책으로 벌어진 해프닝이기에 교체 허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빡빡한 아시안게임 경기 일정을 감안할 때 22인 선수가 엔트리 한 장을 허무하게 날릴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상민이 2년간 황선홍호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것을 감안하면, 대회를 두달 남겨놓고 대표팀의 조직력과 대회 운영 플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황선홍호는 이미 이상민 논란 외에도 각종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황선홍호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이강인(PSG)은 아직까지 새 소속팀과 아시안게임 차출 협의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아시안게임은 A매치와 달리 소속팀들이 선수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다. 만에 하나 이강인의 발탁이 불발된다면 대표팀은 에이스의 공백과 함께, 이상민의 하차에 이어 엔트리가 20인까지 줄어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황선홍호는 지난해 아시안컵 8강 탈락과 타슈켄트 참사(한일전 3골차 완패), 부상자가 속출한 중국 원정 평가전 강행 논란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 14일 발표한 최종명단에서도 소속팀과 차출 협의에 실패하여 오현규(셀틱)나 주민규(울산) 같은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전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여기에 이상민의 부정선수 발탁 논란까지 겹치며 황선홍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들도 저마다 크고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황선홍호처럼 이렇게 대회 시작도 하기 전에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한국축구의 아시안게임 3연패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최대 불안요소는 상대팀이 아니라, 바로 감독과 축구협회라는 '내부의 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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