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잇수다]인플루언서의 허상

김희윤 2023. 7. 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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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가 가고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시대가 왔다.

유명인이 곧 시대의 영웅이 되고, 그 영향력은 팔로워 숫자로 곧장 환산된다.

그 명성이 허상뿐이었던 인플루언서에게 부라는 실체적 성과를 안겨주고, 그는 곧 부와 명성을 갖춘 셀러브리티로 거듭나게 된다.

드라마는 그 전쟁터와 같은 곳에서 진심으로 승부하려 했던 서아리라는 주인공의 급격한 성장과 몰락을 통해 인기와 돈, 권력을 모두 가진 이 시대의 신흥귀족인 인플루언서의 명암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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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가 가고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시대가 왔다. 유명인이 곧 시대의 영웅이 되고, 그 영향력은 팔로워 숫자로 곧장 환산된다. 인터넷,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연예인, 운동선수를 넘어 잘생기거나 빼어난 일반인 또는 유튜버 등이 SNS에서 다수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셀러브리티로 활동하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 사진. [사진제공 = 넷플릭스]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서도 의사보다 유튜버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초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 크리에이터는 3위(6.1%), 의사는 4위(6.0%)를 차지했다. 2017년까지 20위권 밖이었던 크리에이터는 2018년 5위에 올랐고, 이듬해엔 3위까지 올라 2007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의사(4위)를 앞질렀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 인플루언서는 기꺼이 자신의 삶을 전시한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드라마 ‘셀러브리티’는 이런 SNS 속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SNS 속 세계는 명품으로 치장한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한다. 드라마에서 이들은 ‘가빈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자신의 일상, 여행, 업무를 가장해 과시용 사진을 끊임없이 업로드한다. 이를 기반으로 확보한 팔로워를 상대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폭리를 취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극 중 주인공 서아리(박규영)의 대사처럼 SNS 공간에서의 힘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 아는가”에서 온다.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은 “유명인이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명성이 허상뿐이었던 인플루언서에게 부라는 실체적 성과를 안겨주고, 그는 곧 부와 명성을 갖춘 셀러브리티로 거듭나게 된다.

화려한 일상 속에 머무는 것 같지만 극 중 가빈회 멤버인 로펌 대표 여동생 진채희, 유명 인플루언서 오민혜 등은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고 ‘모든 인간을 완벽한 착각으로 만들어주는’ 좋아요 숫자에 매달린다.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유명인과 팔로워가 되려 물밑 작전을 기획하고, 시시때때로 자극적 이슈로 화제를 만들어낸다.

드라마는 그 전쟁터와 같은 곳에서 진심으로 승부하려 했던 서아리라는 주인공의 급격한 성장과 몰락을 통해 인기와 돈, 권력을 모두 가진 이 시대의 신흥귀족인 인플루언서의 명암을 조명한다. 그 뒤에는 익명에 가려진 팔로워와 군중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함께 자리한다.

대중은 왜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제임스 하우런은 종교의 쇠퇴와 세속화가 셀러브리티 숭배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셀러브리티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영국 시티대 사회학과 크리스 로젝 교수는 “셀러브리티들에 의해 나타나는 기괴하고 비대한 문화적 형상은 사회 형태의 발전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요소이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제우스가 아니라 셀러브리티가 사는 올림푸스 신전은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드라마 ‘셀러브리티’ 역시 SNS와 인플루언서의 허상을 비판하지만, 그 기저에는 화려한 명품에 대한 선망을 조장하는 연출이 곳곳에 숨어있다.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하다는 전제 아래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했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반인들 위에 군림하고, 신처럼 숭배받는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거대한 역설로 다가온다.

편집자주 - 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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