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26분 스피드업 MLB, 볼넷에 발목 잡힌 KBO리그

배중현 2023. 7. 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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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경기 시간이 가장 긴 구단이다. 정규이닝 기준 3시간 16분, 연장 포함하면 3시간 20분이다. KBO는 지난 2월 경기 시간을 3시간 5분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위기다. 롯데 제공


3시간 5분.


지난 2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목표로 설정한 경기당 평균 시간이다. 스피드업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경기 시간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KBO지만 전반기 성적표는 기대 이하.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경기당(397경기) 평균 시간은 지난해와 같은 3시간 11분이다.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경기당 평균 시간이 3시간 11분을 넘었다. KBO 목표에 부합한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3시간 5분)밖에 없다. 연장전을 포함하면 전년 대비 1분 늘어난 3시간 16분이다.

야구 스피드업은 시대의 흐름이다. 다른 종목보다 경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팬들의 흥미를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경기 시간 단축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여러 실험을 반복한 MLB는 올 시즌부터 피치 클록(pitch clock)을 도입,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피치 클록에 따라 MLB 투수들은 주가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20초 이내 투구를 완료해야 한다.

피치 클록이 적용되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기 모습. 게티이미지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무조건 취해야 한다. 투수가 규정을 위반하면 볼 1개, 타자가 어기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 선언된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USA 투데이는 'MLB 9이닝 기준 경기당 평균 시간이 2시간 38분으로 1년 전보다 26분 단축됐다. 이는 1984년 이후 가장 빠른 9이닝 경기 기록'이라고 전했다. 피치 클록 효과는 우선 적용된 마이너리그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올 시즌 KBO리그는 여러 제도적 장치로 경기 시간 단축을 유도 중이다. 경기 중 감독과 코치의 마운드 방문 시간을 최대 30초로 제한하고 타자의 타석 이탈 규정 등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스피드업 항목을 심판 고과에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여러 시도를 했지만, 이 정도로 효과가 없다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 거로 판단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KBO리그 속도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볼넷이다. 지난해 6.85개였던 경기당 볼넷이 올 시즌 7.28개로 늘었다. 볼넷으로 주자가 쌓이니 공격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최장 4시간 58분이 소요된 5월 14일 인천 SSG 랜더스-한화 이글스전에선 연장 12회까지 양 팀 합계 볼넷 15개가 쏟아졌다. 잦은 볼넷은 투수 교체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4.67명이던 투수 기용이 4.71명으로 늘었다. 경기 시간을 늘어트리는 지뢰가 곳곳에 퍼져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치 클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다만 피치 클록을 적용했을 때 투수들의 민낯만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 KBO는 '스피드업이 가능한 규정 신설 등을 연구하고 적용을 검토, 지속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구단별 경기 시간 순위를 집계, 미흡한 구단에 통보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 다만 전반기 분위기라면 '3시간 5분' 목표 설정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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