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배달된 '생닭 7마리' 슬쩍…"명백한 절도죄"

CCTV 포착

타인의 가게 앞에 배달된 생닭 7마리를 슬쩍 챙겨 달아난 중년 여성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17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2일 오후 5시 40분께 강원도 원주시의 한 가게 앞 길거리에서 찍힌 중년 여성의 절도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두 명의 중년 여성이 함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한 여성이 허리를 휙 숙이더니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같이 걷던 일행은 사라진 여성을 찾아 멈춰 섰고, 잠시 길에 서서 기다렸다. 몇 초 후 사라졌던 여성은 손에 흰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발걸음을 조금 옮겨 자신이 원래 들고 있던 검은 봉지 속으로 흰 봉지를 쏙 집어넣고 사라졌다.

타인의 가게 앞에 배달된 생닭 7마리를 슬쩍 챙겨 달아난 중년 여성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사진출처=JTBC 사건반장]

여성이 가져간 흰 봉지의 정체는 가게 사장이 예약 손님의 주문을 받고 업체에 주문해둔 생닭 7마리였다.

가게 사장은 잠깐 병원에 들렀고, 그사이 마침 배달이 왔다 업체 측은 가게 사장에게 닭을 문 앞에 두고 가겠다고 말했다.

병원이 가게 바로 근처였던 터라 사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분 뒤 사장이 돌아왔을 때는 배달된 닭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가게 바로 앞에 CCTV가 없어 사장은 옆 가게 CCTV를 확보해 절도 장면을 확인했다. 가게 사장에 따르면 손질된 생닭 7마리의 가격은 약 5만원 정도다. 그러나 갑자기 사라진 닭으로 인해 당일 예약 손님에게 음식을 팔지 못해 굉장히 난감했다고 사장은 전했다. 또 범인을 꼭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 영상을 제보한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택배나 배달 물건은 원래 건들지 않는 건데, 저걸 손대네.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 "남의 가게 앞에 있는 걸 가져갈 생각을 한다니 어이가 없다", "누가 멀쩡한 닭을 7마리나 버리나?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배송 물품·오배송 상품 가져가면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택배물이 집 내부가 아닌 현관 앞에 놓여 있어도 수취자의 점유하에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를 고의로 가져가 이용·처분할 경우 절도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

코로나19 이후 택배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택배 물품 절도와 오배송 상품을 둘러싸고 이웃 간 갈등 사례가 늘고 있다. 타인의 집 앞이나 가게 앞에 택배물을 가져가면 절도죄로 처벌받는다. 아울러 본인 주소로 잘못 배송된 물품이더라도 사용 시 처벌받을 수 있기에 본인에게 온 택배물이 아니면 택배 업체에 알리거나 그 자리에 내버려 둬야 한다.

대부분의 택배 절도 사건은 수취인이 사정상 택배물을 직접 수령하지 못해 택배 기사에게 현관문 앞 등에 놓아달라고 한 물품을 대상으로 벌어진다. 타인의 집 앞이나 가게, 택배함에 놓인 택배물을 몰래 가져가는 건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29조(절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절취'에 대해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삼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택배물이 집 내부가 아닌 현관 앞에 놓여있어도 수취자의 점유하에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를 고의로 가져가 이용·처분할 경우 절도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앞선 영상의 상황도 '절도'에 해당하는 행위다. 이에 대해 백성문 변호사는 "이런 유형의 절도 사건에서 피의자를 잡으면 99%는 '누가 버린 줄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 닭은 바로 요리를 하기 위해 배달된 닭이기 때문에 신선도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되는 닭이었을 거다. 이건 명백한 절도에 해당한다. 또 닭값 5만원이 피해 금액의 전부가 아니라 예약해서 판매했다면 얻었을 이익도 손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금액이 적다고 경찰도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이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받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