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번째 기소 위기’…두번 기소에도 굳건했던 지지율, 이번엔
여러 건의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세 번째 기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서다. 앞서 그는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혐의와 국가기밀 무단반출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조 바이든 법무부의 정신 나간 잭 스미스(특검)가 내가 1월 6일(사태) 대배심 조사 대상이라는 서한을 일요일(16일) 밤에 보내왔다”고 썼다. 이어 “(특검은) 내가 대배심에 의견을 보고할 시간을 불과 나흘만 줬다. 이는 거의 체포나 기소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마녀사냥은 선거 개입이며 사법부를 완전히 정치 무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은 서한은 미 수사 당국이 수사 대상자에게 보내는 것으로, 수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기소를 상당 부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 연방검사 출신 인사는 “이런 종류의 서한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기소되지 않아야 할 좋은 이유를 못 대는 한 거의 기소가 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 불법반출 혐의로 기소되기 약 3주 전인 지난 5월에도 해당 사건을 수사한 스미스 특검으로부터 수사 대상 통지 서한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공식 확인 절차를 방해하고 미국을 사취하려 한 혐의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경합주 고위직 인사를 상대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바꿔치기를 시도하기 위해 가짜 선거인단까지 준비했던 경합주가 7곳에 달한다는 ‘1ㆍ6 의회 폭동 진상규명 특위’ 조사 결과도 있었다. 7개의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주의 법무부는 이날 가짜 선거인단 명부를 만들어 대선 투표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공화당원 16명을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ㆍ6 의회 폭동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2020년 대선 결과를 승인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면서 공화당 내 트럼프와 경쟁 관계가 된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4월 대배심에 출석해 해당 의혹과 관련해 약 5시간에 걸쳐 증언을 했었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서한 수령 사실이 공개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정부가 정부 기관을 무기화해 가장 큰 상대를 쫓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트럼프 전 대통령 경쟁 주자들은 수사 당국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견제도 빼놓지 않았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가) 혐의를 받지 않길 바란다. 나라에도 좋을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앞을 내다보는 데 집중해야 하고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이번 예비선거의 나머지 부분은 트럼프와 소송에 관한 것들이 될 테고 계속해서 (경선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그것이 제가 출마하는 이유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역시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행동은 그가 우리나라와 우리 헌법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며 말을 아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 대상 통지 서한과 관련된 질문에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세상에 떠도는 어떤 가설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 번째 기소가 현실화할 경우 차기 대선 판에 미칠 영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성인배우의 성관계 폭로 입막음 조로 회삿돈 13만 달러를 주고 회사 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뉴욕 맨해튼 지검에 의해 처음 기소된 이후 나흘 만에 약 700만 달러(약 91억 원)의 후원금을 거두는 등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활용한 바 있다.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된 뒤에도 여론조사 지표상 지지율 흐름에 큰 변화는 없었고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주자 가운데 선두를 계속 질주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원한 한 경쟁 캠프의 선거 고문은 “매번 기소될 때마다 트럼프는 더 많은 지지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다만 1ㆍ6 사태 관여 혐의는 ‘민주주의 근간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안 자체가 훨씬 중대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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