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조국' 관객수 조작? '조선' 보도의 오류들
[이선필 기자]
지난 17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영화관 박스오피스 순위 조작 의혹 수사 대상을 최근 5년간 상영된 영화 462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찰은 지난 6월 13일 멀티플렉스 3사와 주요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수사가 주목 받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수 언론 보도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영화들을 언급하는 가운데 <조선일보> 등 일부는 특정 영화를 짚어서 관객 수 조작 혐의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이 보도는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조선일보> 7월 10일 온라인판 ''순위 조작 혐의' 조국 영화, 심야·새벽 199차례나 전석 매진' 기사가 대표적이다. 2022년 5월 개봉해 총 33만 명의 관객을 모은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과 올해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의 심야상영 및 새벽 상영 횟수와 그 매진 비율을 비교했다. 전자가 심야·새벽 상영 회차의 매진 비율이 주간상영보다 월등히 높고, <범죄도시3>와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자료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제공한 총 상영횟수와 심야상영횟수, 그리고 심야상영의 매진횟수다. <그대가 조국>의 전체 상영 횟수는 1만 605회고, 이중 심야·새벽 시간 상영 횟수는 총 577회인데 심야·새벽 상영 회차 중 199회가 매진이라 약 34%고, 일반 시간 매진된 비율이 약 3.8%로 비정상적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 사례를 가져왔다. 지난 7월 6일까지 <범죄도시3> 심야·새벽 상영 횟수는 3471회였고, 단 세 차례만 매진이었다는 내용이다.
▲ <조선일보>는 지난 7월 10일 온라인판 '‘순위 조작 혐의’ 조국 영화, 심야·새벽 199차례나 전석 매진'이라는 기사를 통해 관객 수 조작 혐의를 지적했다. |
ⓒ 조선일보 |
우선 <조선일보>는 해당 자료를 취사 선택해 왜곡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33만 관객을 돌파한 저예산 다큐멘터리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상업영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특성상 좌석배정과 시간 배정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심야 매진 사례만 가져와서 비교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그대가 조국> 등 저예산 영화나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다큐멘터리 등은 "심야·새벽 상영 회차가 상업영화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좌석점유율이나 예매율을 따져서 극장별로 프로그램팀이 시간을 배정하는데, 아무래도 노쇼(No- Show) 비중이 높은 비상업영화는 배급사가 좋은 시간을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도 조조나 심야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023년 7월 12일 현재까지 <그대가 조국>의 총 상영횟수는 1만 1222회다. 여기에 심야상영이 599회니 전체 상영 중 5.33%의 비중이다. <범죄도시3>은 총 30만 41회에 심야상영 총 3471회로 1.15% 비중이다. 오히려 <그대가 조국>이 시간 배정만 놓고 보면 5배나 심야상영 횟수 비율이 높기에 상영회차나 시간 배정에 있어서 일종의 피해를 보았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쟁점2. 티켓 판매 수는 실제 관객 수가 아니다
<조선일보>는 <그대가 조국> 심야상영 199회 매진을 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국내 극장 전산망 집계 시스템의 몰이해에서 나온 해석이다.
박스오피스 공식집계 기준인 영진위 통합전산망 시스템은 발권된 티켓 수를 관객 수로 표기하고 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박스오피스를 계산하는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만 좌석 수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모션 티켓이든, 관객의 자발적인 영혼 보내기(극장에 가지 않고 티켓만 구매하는 방식)든, 모두 관객 수로 계산된다. 따라서 관객 수와 팔린 좌석 수는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대와 조국>과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비상선언> <뜨거운 피> 등은 어떨까. 현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기업 영화관 및 일부 영화들에 적용한 혐의는 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다. 그러나 실제 좌석 수와 관객 수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관객 수 부풀리기에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 영화 관계자는 "좌석 수와 실제 관객 수가 맞아야 한다는 게 경찰 논리인데, 한국 영화 현실에서 사실상 그런 시스템이 없다"며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극장이나 배급사 직원들이 상영관마다 실제 관객을 일일이 세야 하거나 후불제로 영화를 보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흥행분석전문가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영진위 전산망 데이터 자체에 허수가 낄 수밖에 없어서 회차별로 좌석 수를 집계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면서 "작은 영화들의 경우 영진위에서 배급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티켓 프로모션으로 쓸 수 있게 해놓고 실제 관객 수를 내놓으라는 건 과도한 일이다. 예매율이나 관객 수에 영향을 주려고 해도 큰 상업영화 정도의 돈을 투입해야 가능한 일인데, 독립영화의 경우는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쟁점3. 펀딩 영화의 특수성
특히 <그대가 조국> 경우 일반적인 투자 유치가 아닌 팬덤과 잠정 관객으로부터 약 26억 원의 펀딩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다. 이런 경우 통상 배급사와 제작사는 해당 금액을 관객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대관 혹은 예매권 배포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VIP 시사회, 가족 시사회 등 여러 방식의 대관이 실제로 발생했고, 대관 상영관은 좌석이 모두 차지 않아도, 심지어 관객이 없어도 매진 처리되기도 한다.
예매권 배포 또한 실제로 관객이 들지 않더라도 극장과 조율 과정에서 특정 시간대에 몰아서 소진하기도 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펀딩이라고 해서 배급사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리워드로 굿즈 상품(Goods)을 주거나 예매권을 제공하는 등 받은 돈은 온전히 영화에 써야 한다"며 "<그대가 조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개봉해서 관객도 활발하게 들지 않을 때였고, 극장도 실제론 상영 시간의 제한도 있던 때였다. 그래서 극장이든 배급사든 예매권 일부를 소진하기 위해 심야상영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관계자는 "펀딩 금액에 따라 어떤 혜택이 있는지 그 계약 조건을 봐야 한다. 언론 보도대로 199회 매진이 있었기에 관객수 조작인지는 경찰에서 판단할 문제지만, 펀딩 조건에 만약 관객들이 비록 실제로 극장엔 안 가더라도 영화 관람권을 사는 형태에 동의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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