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린 후에도 흡연? 심혈관질환 위험 51% ↑…“아예 끊어야”

흡연량 절반 줄여도 무의미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암에 걸리고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직·간접 흡연자의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데 암 진단·치료 후 새로 흡연하거나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51%나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피우는 담배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은 흡연량 감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담배를 아예 끊어야 심혈관질환 등 2차 질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이호규 교수, 이혁희 강사는 암 진단 후 새롭게 흡연할 경우 지속적으로 흡연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약 51% 높아지고, 금연할 경우 지속적으로 흡연하는 사람에 비해 위험도가 약 36% 감소한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흡연은 암은 물론 심근경색증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암 치료를 마치고 면역력이 떨어진 암 생존자에게서 이런 흡연의 유해성은 매우 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 흡연이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 후에도 금연을 못하는 직·간접 흡연자의 비율이 51%에 달하는것으로 조사된 바 있어, 암 생존자에서 흡연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간 상관관계 규명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2006~2013년 암 진단을 받은 20세 이상 중 암 진단 전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암 진단 전후 흡연 습관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암 진단 전·후 모두 흡연하지 않은 ‘지속 비흡연자’(25만102명), 진단전에는 흡연하지 않았지만 진단 후 흡연을 시작한 ‘신규 및 재흡연자’(4777명), 진단 전에는 흡연했지만 진단 후 금연한 ‘금연자’(3만1121명), 진단 전·후 모두 흡연한 ‘지속 흡연자’(2만 3095명) 4개군으로 나눠 각각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규 및 재흡연자’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지속 비흡연자’군 보다 51%나 높았다. 반면 ‘금연자’군의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지속 흡연자’군 보다 36% 낮았다.

연구팀은 이어 흡연량을 절반 이상 줄인 경우에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유의하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김현창 교수는 “암을 완전히 치료한 후에도 우울증 등으로 흡연을 지속하거나 새로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만 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구체적 근거는 부족했다”며 “암 생존자에서 흡연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처음 증명한 이번 연구가 암 생존자의 금연 지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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