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구하려다 영영 못 돌아와…버스기사 슬픈 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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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희생된 50대 버스 기사 A씨 발인이 19일 엄수됐다.
747버스를 운전했던 A씨는 미호강 범람으로 순식간에 밀려든 급류에 버스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창문을 깨며 승객들의 구조를 도왔지만, 본인은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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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직전 아내에게 급히 전화…“버스에 물 들이차” 작별인사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희생된 50대 버스 기사 A씨 발인이 19일 엄수됐다.
747버스를 운전했던 A씨는 미호강 범람으로 순식간에 밀려든 급류에 버스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창문을 깨며 승객들의 구조를 도왔지만, 본인은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낸 90대 노모는 운구차에 실린 A씨 관 위에 엎어져 “아들아 날 두고 어딜 가냐”며 흐느꼈다. A씨 아들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말없이 관을 바라봤다.
이날 빈소 앞에는 수십 개의 화환과 함께 전국모범운전자협회 조기가 세워졌다.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나오자 A씨의 유족과 동료들은 말없이 뒤를 따랐다.
안치실 앞에서 A씨의 관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3일간 빈소를 함께 지킨 그의 동료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A씨 지인들은 그를 “누구에게나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친구 김모씨는 “정말로 승객들이 다 나가는 걸 보고 제일 마지막에 탈출했을 사람이었다”면서 “죽을 걸 알면서도 그러고 있었을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A씨는 일하지 않는 날 초등학교 앞에 나가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지도를 돕고, 1년에 한 번씩은 장애인과 노인들을 자기 차에 태우고 전국 여행을 시키는 등 봉사활동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과거 택시 기사를 했던 A씨는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10년 전 같은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출근 시간이 새벽 5시 반임에도 매일 3시부터 나와 사무실 정리를 하고 마당을 쓸 정도로 성실했다. 버스 운행 실력도 좋아 최근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으며 베테랑들만 몬다는 747버스 운전대를 잡게 됐다.
동료 최모씨는 “747번 버스는 외지인들을 싣고 청주공항과 오송역 사이를 오가는 노선이라 회사의 얼굴과 같은 버스였다”면서 “침수된 도로를 피해 지하차도로 들어갔다고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이만큼 승객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걸 알아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친형 이모씨는 “동생(A씨)이 아내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며 혹시 모를 작별 인사를 했다더라”면서 “미호천이 넘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는데 당국이 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궁평2지하차도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6만t의 물이 쏟아져 들어와 침수됐다. 이에 747버스를 비롯한 차량 17대가 잠겼고 모두 14명이 숨졌다.
A씨는 폭우 당시 거센 물살로 차가 움직이지 못하자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드릴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시신은 지난 17일 오전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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