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사라진 뒤 JSA갔다…"하하 웃더라" 월북 미군 미스터리

이유정, 허정원, 김하나 2023. 7. 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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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무단 월북한 미군 병사는 한국에서 폭행 사건을 일으켜 내부 징계를 앞두고 있었다고 미 ABC뉴스·미 CNN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군사령부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후 3시 27분쯤 JSA에서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등을 견학하던 미 육군 소속 이등병 트래비스 킹(23)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건너갔다. 킹은 2021년 1월 입대했고, 주한미군 순환 배치 직전에는 미 텍사스 포트 블리스 기지 근방에서 근무했다. 현재 행정적으론 육군 소속이지만, 한국에서 실제 맡고 있던 임무는 없었다고 한다.

킹은 최근 한국인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 사건을 일으켰고, 47일간 구금 됐다가 풀려난 상태였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범죄 혐의를 받는 미군 미결수는 미군의 구금 시설에 둘 수 있지만, 유죄가 확정된 경우 교도소 등 한국 교정 시설로 가게 된다. CNN은 “킹이 정확히 어느 시설에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전경.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킹은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폭행·공용물건손상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작년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았다. 홍익지구대 순찰차 뒷좌석의 오른쪽 문을 수 차례 걷어차며 “망할 한국인, 망할 한국군, 망할 한국 경찰(Fxxx Korean, fxxx Korean army, fxxk korean police)”라고 소리쳤다. 킹의 최근 구금이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8일 킹과 같은 JSA 안보 견학에 참여했던 한 목격자는 미 CBS뉴스에 “우리는 방금 한 건물을 견학하고 나온 상황이었고, 그 남자가 크게 ‘하하하(ha ha ha)’ 웃으면서 건물들 사이를 뛰어다녔다”고 증언했다. 이 목격자는 “(JSA 남측)군인들이 즉각 반응을 보이긴 했는데, 처음에는 다같이 약간 혼란스러웠다”면서 “다들 그 남자가 이상한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는데, 분계선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장난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러고 나선 다들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주한미군 공보 담당 아이작 테일러 대령은 18일 “그가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캠프 험프리스→인천공항→?


미국 ABC방송 계열 WISN-TV가 18일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의 어머니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WISN-TV 방송 캡처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킹은 “육군에서 행정적 분리 절차를 밟기 위해” 미 텍사스주의 포트 블리스 기지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그랬던 그가 돌연 JSA에 모습을 드러낸 경위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ABC·CBS에 따르면 킹은 구금 시설에서 풀려난 이후에는 일주일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감시를 받으며 지냈다. ‘관련 절차(out-processing)’를 밟아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포트 블리스 기지로 원대 복귀 해야했다.

이날 미군 관계자 두 명이 킹을 인천공항 출국장 터미널까지 동행했는데, 킹은 이곳에서 사라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군들이 보안 검색대까지 킹과 동행했고, 이들은 항공권이 없어 보안 구역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킹이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 어떤 방법으로 그곳을 빠져나왔고, JSA 안보 견학단에 합류했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다.

킹이 실제 인천공항의 보안 구역까지 진입했다가 빠져나온 것인지, 그 전에 사라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곳에서 종적을 감춘 킹은 이튿날 JSA 안보 견학단에 모습을 드러냈고, 돌연 월북을 택했다.

이와 관련 출입국 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다만 미군이 이송하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일로, 기본적으로 미군 측 관할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킹 모친 “그런 일 믿을 수 없어”


미군 병사의 돌발 행보에 미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군인 중 한명이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면서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믿는다. 가족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킹의 어머니 클로딘 게이츠는 ABC뉴스에 “미 육군으로부터 사건 통보를 받았다”면서 “트래비스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상황을 보고 받고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협력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미 CNN은 “이번 사건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외교적, 군사적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12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9일에도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두 발을 쐈다. 서울에선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개최되고 있으며, 부산항에는 미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들어와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인의 무단 월북 사건은 2018년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중국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이후 5년 만이다. 북한 당국은 한 달간 그를 억류했다가 추방했다. 미 국무부는 2017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 이후 북한을 자국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이유정·허정원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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