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피눈물'…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흔들기 대책 없나 [데스크 칼럼]
2대 주주 된 뒤 엘리베이터사업 지속 인수 시도
현정은 회장 흔들어 경영권 노리는 듯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소지 없는지 따져봐야
현대엘리베이터의 제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로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OTIS에 이어 세계 2위 승강기업체인 쉰들러는 2003년 범현대가인 KCC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현대그룹 지분 25%를 사들여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에 오른 회사다.
쉰들러는 매도 사유를 ‘투자 자금 회수’로 밝혔지만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금액은 불과 4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주주의 매도 물량이 쏟아진 여파로 주가가 한때 10% 이상 곤두박질치는 등 충격이 상당했다.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의 주식 보유 가치를 떨어뜨려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소액주주들의 추격매도를 일으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5.95%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쉰들러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약 2000억원의 배상금을 마련했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주식 평가액이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기관이 담보가치 하락 위험을 피하려고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강제로 매도(임의상환)해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주가가 내려갈수록 현 회장이 받는 압박의 강도가 커지는 셈이다. 앞서 쉰들러는 지난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에 최종 승소했다.
사실 쉰들러 관점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탐나는 회사다. 한국이 전 세계 엘리베이터 신규 시장 3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파트가 속속 지어지는 데다 상업용 빌딩의 고층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엘리베이터의 수요가 높다. 이런 와중에 승강기업체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시장점유율 40%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쉰들러는 1987년 한국 시장 진출을 꾀했다가 실패했고,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해 재진출했지만, 시장점유율 2%에 머무르고 있다.
쉰들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ISDS) 역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과 관련이 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당하게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했음에도 한국 금융당국이 이를 방치했다"며 2018년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약 1억9000만달러(약 2500억원)다.
그럼에도 욕심엔 '금도'가 있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을 흔들면 현대엘리베이터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도 전혀 득(得)이 될 게 없다. 쉰들러 측은 지분 매각 후 입장문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 이상을 유지해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로서 계속 남겠다”며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회사 가치와 주주들의 이익을 또다시 훼손하지 않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쉰들러 측의 말과는 달리,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취지로 진행한 경영권 개입이 오히려 주주가치 제고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명분으로 내세운, 또 말한 것과 상당히 모순된 선택을 한 셈이다. 쉰들러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다.
국내 대표 기업의 경영권이 마구 흔들리는 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정부 당국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쉰들러의 꼼수 공시와 시장교란 등을 들어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소지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말이다. 자칫 "저런 것도 돼?" 할 만한 나쁜 선례로 남을까 봐 두렵다.
마침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ISDS 판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법률 비용이나 지연 이자 등을 우려하지만 우리 정부는 ‘나쁜 선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동의한다.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몹시 나쁜 선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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