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풀·잠자리 먹었다"…북한판 '패리스 힐튼' 의구심 제기

김은하 2023. 7.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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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앞뒤 맞지 않는 이야기"
"일부 주장, 북한 전문가들은 비웃기도"

최근 월북한 미군에 "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북한으로 망명했으면 좋겠다"라고 한 탈북민 출신 박연미(29)씨의 여러 발언과 과거 행적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이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비판적인 인플루언서로 사는 박씨의 이야기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탈북 주민 인권운동가 박연미씨 [사진출처=인스타그램]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박씨가 밝힌 북한에서의 성장 경험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박씨는 독재 국가에서의 끔찍한 경험 중 일부가 말이 안 된다는 비난에 수년 동안 시달려왔다"고 전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태어난 박씨는 2010년대 초반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하 ‘갑니다’)에 출연해서 부친이 노동당 당원으로 자신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의 패리스 힐튼’이란 별명도 얻었다.

중국과 몽골을 거쳐 2009년 한국에 정착한 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던 중 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로 편입했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박씨는 2014년에 아일랜드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이하 ‘회의’)에 나가 북한 인권 유린의 심각성을 호소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회고록인 ‘살기 위해(In Order to Live)’(2015년)를 출간하면서 세계적 인플루언서로 부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박씨가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로 무대를 옮기고 난 뒤엔 '생존을 위해 풀과 잠자리를 먹었다'고 주장했다"면서 북한에서 누린 경제력과 관련해 국제무대 진출 전과 후의 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방송 출연 당시 "북한에서 상위 1%의 삶을 누렸으며 굶주림이나 영양실조를 전혀 겪지 않았다"고 했던 박씨가 ‘국제회의’ 이후 "생존하기 위해 풀과 잠자리를 먹었으며 북한을 떠나기 전엔 달걀이나 실내 화장실을 접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에 대해 책에서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한국 방송에서 말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포스트 "박씨의 주장, 한국 전문가 비웃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경기장 처형' 목격설도 다른 북한이탈주민과 증언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어릴 적 친구의 어머니가 할리우드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한 경기장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혜산 출신의 다른 북한이탈주민은 2014년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의 기고문에서 비슷한 시기에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탈북 경로에 대해서도 박씨 스스로 2014년엔 ‘가족 모두가 차량을 이용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가 ‘회의’ 연설에선 ‘본인과 모친만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씨는 디플로맷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미숙한 영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 쓴 '내가 본 것을 알게 됐으면(In Order to Live)'에서는 방송에서 어린 시절 생활고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방송에서 (부유한 탈북민 컨셉트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주로 미국의 보수 성향 팟캐스트나 방송에 단골 출연해왔다. 여기에서 그는 북한 주민들은 세계지도를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북한에선 집단주의 때문에 ‘나’란 단어가 없다거나(‘나’ 대신 ‘우리’를 쓴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숭배를 제외하면 ‘사랑’이란 개념조차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를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세계지도나 산수가 버젓이 포함되어 있고, ‘나’ 대신 ‘우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한국어 특유의 수사법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주민들이 ‘사랑’이란 개념도 모른다는 주장을 두고는 “란코프 교수와 다른 한국 전문가들이 비웃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에 있는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기록된 진실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북한의 참상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박씨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주장의 진위가 의심스러워지면 정작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오히려 덮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박씨는 2014년 영국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들었고, 이듬해 펴낸 책은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추천 도서에 올랐다. 현재는 보수 기독교단체 '터닝포인트 USA'에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연미의 북한의 목소리(Voice of North Korea by Yeonmi Park)'의 구독자 수는 113만명에 달한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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