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부산 거리만큼 쏜 '새벽의 北미사일'…"美전략핵잠 겨눈듯"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3시 30분께부터 오전 3시 46분께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은 550여km를 비행한 후 동해 공해상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사거리를 남쪽으로 돌리면 평양과 부산을 잇는다. 이를 놓고 전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SSBN의 방한은 1981년 이후 약 42년 만으로 대북 경고의 수위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는 또 같은 날 NCG 첫 회의를 서울에서 열며 미 핵 전력의 한반도 운용을 놓고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입장에선 껄끄러운 상황들이 잇달아 펼쳐져 반발 수단이 필요했던 셈이다.
특히 이번에 들어온 미 SSBN은 핵탄두를 실제 탑재했다고 한다. 오하이오급은 사거리 1만2000㎞의 핵탄두를 담은 트라이던트-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0여 기를 탑재할 수 있는데, 전략핵뿐 아니라 전술핵을 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의 핵사용 문턱이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로, 강력한 대북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맞서 북한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맞불을 놨을 가능성이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곧 '우리 군이 미 전략자산이 전개하는 남측 항구의 머리 위에 화산-31형 전술핵탄두를 터트리는 훈련을 했다'고 공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은 2019년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을 시험발사하며 단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한 데 이어 2021년 1월 당대회에서 소형 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을 공언했다. 또 지난 3월에는 김정은 시찰 사진과 함께 벽면에 투발수단이 그려진 패널을 의도적으로 노출했다. 화산-31형이 KN-23·24·25에 탑재된 그림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무력시위가 반발 수단이 마땅치 않은 북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하이오급 SSBN 입항에 맞서 전략적으로 비례하는 대응을 하려면 ICBM이 적절한 선택지가 되겠지만, 지난 12일 ICBM 화성-18형을 쏘고 1주일 만에 또다시 ICBM을 꺼내들기 부담스러워 궁리 끝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한 번 발사할 때마다 ICBM에 들어가는 엔진 등 소모되는 부속품, 그리고 ICBM의 재고량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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