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쿵짝 쿵짝~ 몸짓이 절로 화답…'뽕'에 흠뻑 취한 70분
'뽕' 수록곡 중심 70분 스탠딩 공연
이정식·오승원·나운도·한상철 등 게스트 출연
250은 스스로를 ‘댄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진짜 좋은 음악은 듣는 사람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자신은 누구든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래퍼 이센스와 김심야, 그룹 뉴진스와 앨범 ‘뽕’이 한 사람의 작업으로 수렴하자 대중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그의 행보는 예상하기 어려웠고, 그럼에도 촘촘하게 쌓여 하나의 지도를 이뤄가고 있다. 여정의 복판, 250은 지난 15일 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첫 단독 공연 ‘아직도 모르시나요’를 통해 관객과 마주했다. 오직 음악만으로.
300여명의 관객이 스탠딩으로 가득 찬 공연장은 흡사 클럽을 연상케 했다. 맥주를 든 관객도 있었고, 20대부터 중년, 외국인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형형색색 조명 아래서 250의 ‘뽕’에 몸을 맡겼다. 무대 위의 250은 오히려 희미했고, 음악과 조명은 더 선명해졌다. 전자음악 사운드로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익숙한 네박자가 완성되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깊어졌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필두로 ‘이창’ ‘레드글라스’ 등 그의 앨범 수록곡들이 차례로 연주됐다.
그는 공연에 앞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첫 앨범 주제로 ‘뽕’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내 음악적 체험의 순서와 앨범의 순서가 일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삶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싱크가 맞길 바랐다. 그래서 내 인생 최초의 음악이었을 뽕짝 음악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기억 속에 각인돼있지만, 선뜻 꺼내놓지 못하는 뽕짝에 대한 경험을 자신의 음악으로 체화시킨 250은 세련됐지만 촌스럽고, 흥겨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픈 모순적 선율을 완성해냈다.
이날 공연은 ‘뽕’ 앨범에 참여한 가수 나운도, 오승원,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무대에 등장해 깊은 사운드를 직접 선사했다. 애수에 젖은 색소폰 거장 이정식의 선율은 ‘로얄블루’에서 절정에 달했고, 250의 신시사이저 선율과 만나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선율 위에서 구슬픈 춤사위처럼 감정을 휘몰아갔다.
“깊은 잠을 깨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이었네” '모든 것이 꿈이었네'의 나운도는 몽환적 분위기의 공연을 압축한 듯한 노랫말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앨범 제작 과정을 ‘뽕을 찾아서’ 라는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한 250은 “나운도 선생님과 녹음한 곡의 반주를 내 멋대로 뜯어고치다시피 해서 그 결과물을 들려드렸는데 오히려 선생님께서 ‘남들이 안 하는 영역의 것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좋네요’ 라고 하셔서 기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중은 250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무대에서 나운도라는 가수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이윽고 250은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건반으로 연주했는데, 관객들이 떼창으로 연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내재된 기억이 호명된 순간이었다. 이 곡의 주인공인 가수 오승원이 곧 무대에 올라 나운도와 ‘모든 것이 꿈이었네’와 ‘휘날레’를 부르며 공연의 서사를 완성해나갔다.
앞서 250은 앨범 작업에 오승원을 섭외하기 위해 3년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는 “유년시절 둘리 주제가를 들을 때마다 슬픔의 정서를 느꼈는데, ‘뽕’의 주된 정서가 노스탤지어인 만큼 1980년대생인 나에게는 그 정점이 아기공룡 둘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꼭 선생님의 목소리로 앨범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곡인 ‘춤을 추어요(원곡 장은숙)’는 나운도의 아련한 목소리와 기타리스트 한상철의 열정적인 연주가 얽혀 묵직한 슬픔의 정서를 자아냈다. 70분 넘게 이어진 공연에서 그는 한마디 말이나 특별한 인사 없이 오로지 음악만으로 관객과 깊은 소통을 나눴다. 슬프면서도 조금은 웃긴 감정을 표현하는 그의 농담과 유머에 관객들은 몸짓으로 화답했다.
“멋 부리지 않은, 뭔가 멋있는 척해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춤출 수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뽕’에 홀린 듯 독특한 250만의 흥에 흠뻑 취한 시간이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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