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35조원 추경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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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다만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소환한 것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수재 이전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 규모는 이미 35조원에 이른다.
민주당의 민생 챙기기 명목인 35조원 추경 주장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역설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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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부족 우려 속에서 野 세입감액추경부터 고민해야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평소 따뜻한 커피를 즐기지만, 요즘같이 푹푹 찌는 여름철에는 아이스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답변으로 이어졌다. 당시 다시 주문한 커피의 온도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소환한 것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민주당의 추경 편성 주장의 배경은 이렇다. 수출도 내수도 부진한 경제 위기 속에서 물가는 오르고, 금리 부담으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만큼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수재(水災)까지 터지면서 추경 목소리는 더 커졌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추경 편성을 강력히 요청해왔는데, 이제 홍수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커져서 추경 편성에 필요성이 더 분명해졌다"고 말한다. 정부의 따뜻한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재 이전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 규모는 이미 35조원에 이른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의 추경 요구는 빈번했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정이 다르다. 올해 세금이 덜 걷혀 이미 편성한 예산마저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추경에 끌어 쓸 초과 세수는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1~5월 국세수입은 지난해보다 36조원이 줄었다. 한국은행도 올해 1분기 자금순환 자료를 통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31조원을 빌려 썼다고 최근 공개했다. 정부가 한은을 마이너스통장처럼 이용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규모다.
재정당국도 "올해 세수 결손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말부터 9월 초까지 세수 재추계를 실시하겠다면서, 정책금융과 공공기관 등을 통해 15조원+α(알파)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올해 예산안 자체를 줄이는 세입감액경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정부가 돈을 아끼기 위해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암묵적 불용에 나서, 사실상 긴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그동안 민주당 경제통들은 세입감액 추경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세입감액 추경을 통해 세입 예산을 축소하거나 변경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경을 통해 에너지, 금리 인상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내수가 부진해서 세수가 줄 때는 지출을 확대해서 돌파하는 것이 국가 재정의 기본이라는 논리도 폈다. 쉽게 말해 어려운 민생을 위해 나랏빚인 국채를 더 발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따져야할 문제는 추경의 현실성이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 관련 모든 정책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는데, 야당의 추경 요구를 들어줄 재원은 국채 외에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한전채(한국전력 회사채) 사태 이후 불안한 채권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규모 국채가 발행될 경우 수요가 안정 자산에 몰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등을 겪으면서 취약성이 드러나지 않았나. 금융시장이 흔들려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경우 서민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의 민생 챙기기 명목인 35조원 추경 주장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역설적인 이유다. 부족한 세수 문제부터 고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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