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성적' 열쇠 쥔 각 구단 히든카드는?
[양형석 기자]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도 올스타전을 무사히 마친 KBO리그는 짧은 휴식기를 끝내고 오는 21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예년 같으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가 있으면 리그를 잠시 중단했지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리그중단 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에는 나란히 3명의 대표선수를 배출한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가 더욱 부담이 클 전망이다.
LG와 SSG랜더스가 2.5경기 차이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반기 막판 두산 베어스와 KIA, 한화 이글스가 선전하면서 가을야구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해졌다. 실제로 3위 두산부터 9위 키움까지의 승차는 단 7경기, 5위 롯데 자이언츠부터 8위 한화까지의 승차는 단 2.5경기에 불과하다. 후반기 어느 팀이 상승세를 타고 하락세에 빠지느냐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전반기를 통해 10개 구단의 전력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다. 따라서 후반기 연승흐름을 타며 약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요선수들이 아닌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선수들이 활약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몇몇 구단은 이미 전반기 막판과 올스타 브레이크를 통해 후반기 도약을 위한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후반기 대활약을 통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 각 구단의 히든카드에는 누가 있을까.
▲ LG 선발투수 이정용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이 역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LG는 김성근 감독이 팀을 이끌고 영구결번 선수가 된 박용택이 신인이었던 2002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3년과 2022년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키웠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두산과 키움에게 덜미를 잡히며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따라서 LG는 자신들이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LG는 81경기에서 49승 2무 30패의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3.94로 10개 구단 중 4위에 머물렀다. LG의 시즌 성적을 생각하면 선발진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고 할 수 있다. 전반기 11승을 따낸 애덤 플럿코가 에이스로 맹활약했고 임찬규가 6승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지만 LG 마운드의 터줏대감 케이시 켈리를 비롯해 4~5선발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 후반기 맹활약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으로 선발됐던 좌완 김윤식은 올해 11경기에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5.29로 부진한 후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를 가다듬은 김윤식은 지난 12일 SSG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1이닝 5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2022년 12승을 기록했던 이민호 역시 올해 5경기에서 2패만 기록한 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그 후엔 아직 퓨처스리그 등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를 위한 새로운 선발투수로 2022년 필승조로 활약했던 5년 차 우완 이정용을 준비시키고 있다. 이정용은 전반기 막판 선발로 3경기에 등판해 8이닝 7실점(6자책, 평균자책점 6.75)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투구수를 늘려가며 착실히 선발수업을 받고 있다. 이정용이 아시안게임 기간을 비롯한 후반기에 선발 투수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준다면 LG의 후반기 선두 사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역투하는 파노니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파노니가 1회에 투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로 구성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던 KIA는 전반기 막판 과감하게 두 외국인 투수를 모두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메디나는 올해 대만 프로야구의 퉁이 라이온스에서 전반기 8승 1.44로 리그를 지배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 마리오 산체스로 교체했다. 그리고 앤더슨은 2022년 KIA 소속으로 활약하며 14경기에서 3승 4패 2.72의 성적을 기록했던 좌완 토마스 파노니로 교체했다.
산체스와 파노니는 이미 전반기 막판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9일 kt 위즈와의 경기에 등판해 6.1이닝을 소화한 산체스는 5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파노니는 4이닝 4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대만에서 곧바로 건너온 산체스에 비해 시차적응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복귀전 투구를 파노니의 실력이라 보긴 힘들다.
두산과 NC, 롯데, kt, 한화, 키움 등과 치열한 가을야구 경쟁을 벌여야 하는 KIA는 후반기 새로 구성한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산체스와 파노니가 후반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안정된 투구를 해준다면 양현종 등 나머지 선발투수들과 불펜, 타선 역시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체스와 파노니가 후반기 실망스런 활약에 그친다면 KIA팬들은 14경기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퇴출된 앤더슨이 그리워질 것이다.
▲ 공개 사과하는 하주석 한화 이글스 내야수 하주석이 1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음주운전'에 관해 사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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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전반기 막판 2005년 이후 18년 만에 8연승을 기록하는 선전 끝에 .459의 승률로 전반기를 마쳤다(34승 4무 40패). 외국인 원투펀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를 중심으로 2년 차 우완 문동주가 전반기에만 6승을 따내면서 수년 만에 소위 '계산이 서는 야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한화 마운드에는 후반기 히든카드 한 장이 더 남아있다. 바로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루키 김서현이다.
전반기 1군에서 제구난조를 보이며 1세이브 5.60에 그쳤던 김서현은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선발수업을 받고 있다. 김서현은 최근 3경기에서 꾸준히 이닝을 늘려가고 있고 지난 6일 고양 히어로즈전에서는 5.2이닝 5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물론 강속구 유망주의 제구불안이 하루 아침에 교정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서현이 1군에서 활약할 만큼 제구가 안정된다면 한화는 문동주와 김서현으로 구성된 '광속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된다.
야수 쪽에서는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2021년 138경기, 2022년 125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한화 부동의 주전유격수로 활약하던 하주석은 2022년 6월 헬멧투척사건에 이어 시즌 후 음주운전 적발로 올해 7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주석이 빠진 사이 한화는 이도윤과 박정현, 오선진 등이 번갈아 가며 유격수 자리를 소화했지만 누구도 하주석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워주진 못했다.
지난 6월 29일 kt전을 끝으로 징계기간을 모두 채운 하주석은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11타수 6안타(타율 .545) 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건재를 보여준 후 11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복귀했다. 물론 최원호 감독은 아직 하주석을 본격적으로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있지만 후반기엔 분명 경험 많은 유격수 하주석이 필요하다. 하주석이 복귀 후 고개를 숙이며 말한 '뼈 저린 반성'이 진심이라면 한화는 후반기 하주석으로 인해 큰 전력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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