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왜 자꾸 혼잣말 하는 걸까? [별별심리]​

전종보 기자 2023. 7. 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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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철 화백
무언가 자꾸 찾는다. “잘했어, 할 수 있어”하며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는가 하면, “왜 그랬냐”며 꾸짖거나 책임을 묻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에게 내뱉는 ‘혼잣말’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이런 혼잣말이 때론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또 때론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공허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날이 갈수록 혼잣말이 느는 이유일지 모른다.

◇추임새부터 격려·자책까지…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어
혼자 내뱉는 말들은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추임새다. ‘헐’, ‘대박’, ‘어머’부터 ‘뭐야’, ‘엥’까지. 이런 표현들은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 말보단 즉각적인 반응 또는 습관에 의해 나오는 ‘소리’에 가깝다. ‘어디 보자’, ‘가만있어 보자’ 등도 비슷하다. 무언가를 찾거나 볼 때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추임새다.

두 번째는 자기 격려다. 가장 긍정적인 형태의 혼잣말이다. 용기와 응원, 칭찬이 필요할 때 ‘할 수 있다, 해보자’ 또는 ‘잘했어, 잘 한 거야’ 등과 같은 말을 하면서 스스로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혼잣말도 있다. ‘왜 그랬을까’, ‘이렇게 했어야 할까’ 또는 ‘난 안 되나보다’, ‘그러면 그렇지’ 등이다. 자책이 담긴 혼잣말은 자기 격려와 달리 스스로를 우울감과 패배의식에 빠뜨릴 수 있다.

무언가를 암기할 때, 떠올려야 할 때,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울 때도 혼잣말을 한다. 입과 귀로 직접 말하고 들으면 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러 번 하면서 습관이 될 경우 비슷한 상황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이밖에도 특정 단어·문장을 계속 생각하면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툭 나오기도 한다. 보통 ‘좋다’, ‘힘들다’, ‘외롭다’ 등 현재 상황·감정과 관련된 말들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아무래도 후회나 걱정 등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말들을 혼잣말로 많이 하게 된다”며 “안 좋은 생각이 밀려올 때면 반대되는 내용을 중얼거리기도 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취소(undoing)’라는 방어 기제로 본다”고 말했다.

◇외로움 영향 커… 나이 들면 혼잣말 많아지기도
혼잣말을 하는 이유는 습관, 그리고 외로움의 영향이 크다. 단순 추임새나 소리를 내 무언가 외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건 습관에 가깝다. 반면 자책, 반추 또는 일상적인 혼잣말은 주로 외로운 상황에서 나온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 혼자라도 내뱉게 되는 것이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할 이야기가 없어도 공허한 기분이 싫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텅 빈 공간에 혼잣말을 채워 넣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혼잣말이 많아지는 것 또한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 혼자 보내는 시간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땐 경험하지 못했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직장생활을 했다면 갑작스러운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혼잣말도 더 많이 하게 된다. 임명호 교수는 “말 할 상대가 없으면 혼잣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라며 “꼭 자신에게 말한다기보다, 누군가 듣는 대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이나 성격 역시 원인일 수 있다. 바쁜 사람은 머릿속에 기억해야 할 것도, 정리해야 할 것도 많다. 혼자 되뇌는 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꼼꼼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흥이 많은 성격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흥이 많고 말하는 걸 좋아하다보면 노래하듯 혼잣말을 흥얼거릴 수 있다. ‘어디보자~’가 대표적이다.

◇혼잣말 효과 입증… 지나친 자기 비하는 경계해야
혼잣말이 동기 부여와 수행 능력 향상, 스트레스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 혼잣말은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고 각성시키는가 하면, 생각을 정리하거나 무언가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혼잣말이라고 해도, 외로울 때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잠시 공허함을 달랠 수 있다. 러시아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어린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게 문제 해결능력과 인지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혼잣말이 이 같은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한 번씩 혼잣말을 하며 후회하거나 자책할 순 있지만, 자신을 자주, 과도하게 깎아내리는 습관은 금물이다. 이는 결국 자존감을 낮추고 자기 비하에 빠지게 만든다. 후회되는 일이 있었다면 제 3자로부터 정확한 질책을 듣고 함께 해결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혼자 하는 말이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더 빠져들기 쉽다. 임 교수는 “본인 목소리라고 해도, 친근한 자기 격려와 같은 말들은 불안이나 외로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지나치게 혼잣말만 많이 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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