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사고 특가법 가중처벌 대상"

최석진 2023. 7.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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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개정돼 자동차등→자전거등에 포함
여전히 특가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기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됐던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퍼스털 모빌리티)'로 보게 됐더라도 특정범죄가중법을 적용할 때는 여전히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보고 가중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위험운전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 1항의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10월 9일 서울 광진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콜농도 0.144%의 음주 상태에서 자신의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맞은편에서 60대 여성 B씨가 몰고 오던 자전거를 치어 B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1항은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자동차등'에 대해 같은 법 제5조의3 1항은 '도로교통법 제2조의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을 들고 있다.

한편 A씨가 기소될 당시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포함됐다.

그런데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개인형 이동장치 개념이 새로 도입되면서 전동킥보드가 원동기장지자전거가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됐고, '자동차등'이 아닌 '자전거등'의 개념에 포함되게 됐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자전거등'을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음주 상태에서 운전했을 때 처벌이 대폭 가벼워졌다.

종전 도로교통법에서는 자동차등의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됐지만, 개정법에 따르면 자전거의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받게 된 것.

1심 법원은 A씨의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로교통법상 주취운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도로교통법의 경우 A씨가 음주운전을 할 당시의 법이 아닌 개정된 법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개정 전 도로교통법에 대해 개인형 이동장치의 경우 도로교통상의 위험도가 낮고 운송용 외 레저 및 스포츠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실정임에도 원동기장치자전거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결과적으로 과잉처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후 개정 도로교통법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이용자 증가 등 도로교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행위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낮췄는데, 이러한 개정 도로교통법의 개정 취지 및 경위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법률 개정은 단순히 개인형 이동장치의 이용자 증가라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법률의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대한 종전 처벌규정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한 법률 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된 때에 해당해 면소를 선고해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면소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처벌 조항의 경우 행위시법주의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법이 적용되는 게 원칙이지만, 처벌 조항이 삭제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보다 유리한 신법이 적용된다.

A씨는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항소를 하면서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전동킥보드가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된 만큼 원동기장지자전거를 몰다가 사고를 냈을 때 적용되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처벌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개정 도로교통법 제2조 19의2호는 '개인형 이동장치란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시속 25킬로미터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하고 차체 중량이 30킬로그램 미만인 것으로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는 행위자를 행위주체로 명시하면서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으며, 도로교통법 제2조 19의2호는 개인형 이동장치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일종임을 전제하고 이를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죄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이 다르다"라며 "개정 도로교통법이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고,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을 자전거에 준해 처벌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해서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당연히 특정범죄가중법위반(위험운전치상)죄의 주체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와는 다른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포함되고, 다만, 개정 도로교통법은 통행방법 등에 관해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전거에 준해 규율하면서 입법기술상의 편의를 위해 이를 '자전거등'으로 분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러한 개정 도로교통법의 문언·내용·체계에다가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법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상의 규율 및 처벌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보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1에서의 '원동기장치자전거'에는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도 포함된다고 판단되고, 비록 개정 도로교통법이 개인형 이동장치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이를 '자동차등'이 아닌 '자전거등'으로 분류했다고 하여 이를 형법 제1조 2항의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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