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정권때 임명된 송두환 인권위원장 “심야 집회 원칙적 허용”

성지원 2023.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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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야간 옥외집회 및 시위 금지’ 방안과 관련해 “심야집회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심야시위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분신한 건설노조 소속 간부 고(故) 양회동 씨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정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노숙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18일 중앙일보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인권위 답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최근 도심에서 개최된 대단위 야간집회에 대한 정부의 방침 및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향후 인권위 의견표명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인 ‘1박 2일 노숙집회’가 계기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법 개정 추진에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인 박성민 의원은 지난달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도록 한 집시법 제10조는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뒤 2010년 7월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이후 국회가 법 개정 없이 해당 조항을 방치하면서 사실상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가 전면 허용돼왔다. 이와 관련해 오기형 의원 등 민주당은 지난 5월 2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인권위를 향해 “집회 결사의 자유는 기본권”이라며 “정부여당의 야간 집회·시위 금지 방침에 대한 인권위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인권위는 오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정부·여당의 법 개정안에 대해선 “지속적 모니터링 중”이라며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2020년 경찰청에 보낸 인권위의 집시법 개정안 의견서를 참고자료로 첨부해 ‘심야집회 원칙적 허용, 심야시위 예외적 허용’ 기조를 나타냈다.

인권위는 의견서에 “옥외 ‘집회’와 ‘시위’를 구분해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썼다. 집시법은 다수가 공동의 목적을 표명하기 위해 한데 모이는 집회와 달리, 시위를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인권위는 심야 옥외집회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롭게 개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자유가 10년 이상 보장되어 온 관행이 존재하고, 공공의 안녕질서 및 거주자·왕래자의 평온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지 않다”는 이유다. 이어 “대규모 심야집회에서 어떤 불상사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은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야 옥외시위에 대해서도 “어떤 경우에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심야에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경우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제한하되, 공공의 안녕질서와 평온성이 명백히 저해될 우려가 현존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심야 시위도 허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답변은 사실상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집시법 개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인권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9월 임명된 송두환 전 헌재 재판관이다. 송 위원장의 임기는 2024년 9월까지다.

민주당은 심야집회·시위 전면 금지에 대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명백한 위헌적 발상”(5월 24일 이재명 대표)이라는 입장이다. 오기형 의원은 “집회·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위한 핵심기본권”이라며 “만일 기본권 행사가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거나 다른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지만, (정부·여당 주장처럼) 전면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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