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넘버 90%]⑤'20대·유색인종·이민 여성'…소수자 대표의 덴마크 의회 입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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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곱슬머리에 어두운 피부색, 178㎝에 달하는 큰 키.
덴마크 의회 전체 179명 의원 중 이민자 출신은 2%에 그친다.
올루메코 의원의 당선에는 최근 덴마크에서 급증한 이민자들이 한 몫을 했다.
국회의원 전원을 비례대표로 뽑는 덴마크에선 다양한 계층을 공천해야 당선이 유리한데, 이민자들이 늘면서 '소수자 대변인'을 내세운 올루메코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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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루메코 "피부색 어두운 사람 차별 경험"
최연소 재정위원회 위원 역할도
짧은 곱슬머리에 어두운 피부색, 178㎝에 달하는 큰 키. 크리스티나 사데 올루메코(Christina Sade Olumeko·26) 대안당 의원은 덴마크 의회에서 보기 드문 유색 인종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민 2세다. 올루메코 의원은 "저와 같이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은 차별을 경험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했다.
'다양성 정치'의 대명사인 덴마크에서도 이민자 출신의 20대 유색 인종 여성의 의회 입성은 손꼽히는 사례다. 덴마크 의회 전체 179명 의원 중 이민자 출신은 2%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당선된 올루메코 의원은 2019년 코펜하겐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 석사 논문을 마쳤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생 조교, 분석 및 재무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고등 교육을 받았지만, 코펜하겐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덴마크에 사는 대다수 유색인은 교육과 일자리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면서 "보통의 덴마크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올루메코 의원의 당선에는 최근 덴마크에서 급증한 이민자들이 한몫을 했다. 국회의원 전원을 비례대표로 뽑는 덴마크에선 다양한 계층을 공천해야 당선이 유리한데, 이민자들이 늘면서 '소수자 대변인'을 내세운 올루메코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덴마크 통계청에 따르면 이민자와 그 후손 비율은 전체 인구 대비 2003년 8%에서 20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해 현재 15.4%를 차지했다.
이같은 변화는 덴마크 국회의원 총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치러진 덴마크 총선은 직전 총선 대비 13% 더 많은 후보자가 출마했다. 대부분 정당이 성별, 연령은 물론 이민자 배경을 가진 후보자까지 명단에 넣은 결과다.
카스퍼 묄레 한센(Kasper Møller Hansen) 코펜하겐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선거에서 20여년 만에 가장 많은 후보자가 출마한 것을 봤다"면서 "몇몇 신생 정당들은 특히 이민자들을 선거에 출마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보자 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대표돼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히 정당들을 노력하게 만든다"면서 "정당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민자 문제는 덴마크를 비롯해 '정치 선진국' 북유럽 국가에서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덴마크 총선에선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을 비롯한 좌파 진영이 덴마크 본토에서 87석을, 해외 자치령인 페로제도와 그린란드에서 3석을 확보해 1석 차이로 간신히 과반 의석을 지켰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세가 급등하면서다.
이민자들이 노동 시장에서 덴마크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복지 혜택을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우경화를 주장한 인민당 등은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집권한 사민당은 지난해 총선 이후 우파 계열 정당과 연정을 이뤘고, 이민자 문제에 관련해 우파적 성향을 보여왔다. 덴마크 의회에선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 참정권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왔으며, 3년이던 외국인 참정권 정주 요건은 최근 4년으로 늘어났다. 덴마크에서 국회의원 총선거는 시민권이 있어야 가능한데,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의 경우 시민권이 없어도 만 18세 이상 외국인이 4년 동안 덴마크에 연속 거주한 경우 지자체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진보정당들은 외국인 참정권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우파 포퓰리즘 정책이 덴마크 정치의 최대 장점인 다양성을 축소시켜 대화와 타협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루메코 의원은 "현 정부가 매우 이례적으로 의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군소 정당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소수정당 연합으로 구성된 정부는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협상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과반수를 차지해 누구와도 대화할 필요가 없어서 소수 야당이 지금은 덴마크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가 조금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올루메코 의원과 일문일답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와 같이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은 차별을 경험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행한 문제가 있다. 보통의 덴마크 사람처럼 보이지 않으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저도 소수자이기 때문에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상한 시선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성소수자나 장애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수자를 위한 대변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상 처음으로 당내 소수자 대변인이란 직함을 만들었다. 의회에서 그 직함을 가진 정당은 우리가 유일하다. 덴마크에서는 소수자와 그들의 권리, 복지를 종종 잊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정당과 협상할 때마다 우리 당이 소수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항상 그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안당은 어떤 정당인가
=2007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정당이다. 덴마크 의회는 100년 정도 된 오래된 정당이 4~5개 정도 있고, 14년 사이 만들어진 정들이 4~5개 있다. 녹색 진보 정당으로 잘 알려져 있고 덴마크에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복지국가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다. 덴마크 시민이라면 그 이유만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주 5일 근무 대신 주 4일 근무 도입을 주장해왔다. 기후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주장한 정당으로 유명하다. 정치 협상에 임할 때 항상 새로운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덴마크에서 곧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협상할 예정인데,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예를 들어 대마초 합법화를 하려고 한다. 항상 다른 정당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대안이라고 불린다.
▲소수자들의 정치 참여는 어떻게 끌어내고 있나
=여러 가지 해법이 결합해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는 저희 정당과 함께 모든 정당이 사회의 모든 부분을 다뤄야 한다. 덴마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평등하지만, 여전히 도시에는 그렇지 못한 지역들이 있다. 빈민가(ghetto)가 아직 있는데 정당들이 빈민가를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정당, 심지어 대안당 역시도 때때로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 우리는 사회에 나와서 다른 도시 지역의 다른 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언어의 문제도 있다. 많은 정치인이 특별한 단어가 들어간 언어를 사용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은 언어다. 그런 점이 소수자들을 정치에서 밀어내는 것 같다.
▲소수정당으로서 어려운 점은
=현 정부가 매우 이례적으로 의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군소 정당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정당 연합으로 구성된 정부는 과반수를 차지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협상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과반수를 차지해 누구와도 대화할 필요가 없어서 소수 야당이 지금은 덴마크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가 조금 어렵다. 그럼에도 다른 정치인, 정부 정치인들과 관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커피도 마시고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들에게 가끔 정책 아이디어를 줄 수도 있지 않겠나. 그것은 영향력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협상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다.
▲재정상임위를 맡고 있는데, 20대 여성이 맡는 게 덴마크 의회에서 드문 일인가
=그렇다. 보통 다른 정당에서는 정당의 부대표, 나이가 많고 백인 남성을 임명한다.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금융에 대한 지식이 있고, 저처럼 젊은 여성도 경제에 대해 잘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역대 최연소 재정위원이다. 상임위가 경계를 넓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책임감 있게 보일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최종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훌륭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 조금 지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부처의 최고 책임자가 되고 싶다. 공무원은 보이지 않는 일을 많이 하지만 수레바퀴를 실제로 돌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당이 성장해서 정부 정당이 되고 제가 재무부 장관이 되는 게 두 가지 큰 꿈이다. 보통 높은 직위 공무원은 남성인데, 여성은 거의 없고 소수 민족도 마찬가지다. 이름이 모하메드인 경우엔 존 같은 이름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소수자로서 일자리를 구할 때 어느 정도 차별은 존재해서 덴마크에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부분이다.
코펜하겐=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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