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강해진 외국계 자산 통제 움직임…"韓 리스크 대비 필요"

박선미 2023. 7.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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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가 비우호국가 러시아 법인을 통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법무법인 율촌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프랑스 유제품기업 '다논'과 덴마크 맥주제조사 '칼스버그'의 러시아법인 주식을 러시아연방 국유재산관리청의 임시관리로 이전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한데 대해 외국기업 러시아 법인에 대한 통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 아직 철수하지 못한 비우호국가 외국법인의 러시아법인이 주요 통제 대상인 만큼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도 러시아가 지정한 비우호국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비우호국가 외국법인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압력이 거세져 임시관리 리스트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집계한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對)러시아 투자 규모는 10억달러가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2012~2022년) 한국의 러시아 투자 총액은 10억3100만달러다. 지난해는 러·우 전쟁 여파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러시아에 지난 10년 간 한국 자본이 들어간 신규법인은 220개. 우리나라 기업들이 매년 두자릿수 신규법인을 만들던 러시아에는 러·우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신규법인 수가 6개로 줄더니 올해는 3월 말 기준 1개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러시아 현지에서 법인 및 지사를 운영 중인 우리 기업은 167개사다. 전체 해외진출 기업 1만396개 대비 비중이 1.6%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규모가 큰 우리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춘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러시아 내에서 부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는게 어려워지자 재고 물량 소진 이후 대부분이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손실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러시아 내 자산 매각시 시장가치의 5~10% 기부 의무화 조항이 신설돼 러시아 시장 철수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러시아 재무부가 외국기업의 자산 매각 관련 조항을 개정·발표하면서 비우호국 투자자들이 사업체를 매각할 경우 시장가치의 최대 10%를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기존에 존재했던 비우호국 기업이 현지 자산을 매각할 경우 최소 시장 가격의 5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팔아야 한다는 법률에 이어 추가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 기업이 러시아 지분을 90% 이상의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했을 경우 해당 시장 금액의 10%, 90% 이하 할인 시는 5%를 세금 명목으로 러시아 정부에 내야 한다. 러시아 시장이 폐쇄적인 특성상 한번 철수한 기업은 재진입 및 점유율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우리기업의 러시아 철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 조치가 대부분 경제적인 관점이 아닌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의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철수해야 하는 기업이 생길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이탈한 글로벌 기업 수는 지난 5월 기준 1938개에 달한다. 이 중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를 완료한 기업은 233개, 사업을 축소한 기업은 1197개, 미래 투자 및 확장을 중단한 기업은 508개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철수를 희망하지만 자산매각에 따른 비용이 부담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가 추가적인 보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도원빈 무협 연구원은 “러시아 진출 일부 한국 기업이 받는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러시아 시장에서의 철수를 희망하지만 자산 매각에 따른 비용이 부담되는 기업에게 철수 비용 지원, 저금리 대출 제공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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