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니, 반딧불이가 은하수처럼 쏟아졌다…책도 읽을 수 있을까
깜박깜박, 영롱한 불빛이 어둠을 수놓는다. 짝을 찾는 반딧불이들의 찬란한 몸짓이다. 여름밤 그 불빛이 하나둘 모여 지상의 은하수를 만든다. 지난 14일 1만여 마리 반딧불이의 불빛 비행을 목도했다. 8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에버랜드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에서다.
에버랜드가 반딧불이 관람 명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1998년 대량 번식에 성공한 뒤 25년 넘게 체험 행사를 운영 중인데도 말이다. 여름철 하루 640명(40명 정원, 하루 16회 관람)에 한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지난해에도 2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반딧불이는 청정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대표 환경 지표종 생물이다. 식성도 까다로운데, 맑은 물에서 사는 다슬기와 달팽이만 먹는다. 에버랜드는 파크 한편에 아예 반딧불이 연구소를 두고 있다. 기온 22도 습도 60%에 맞춰진 연구실에서 전문 곤충 사육사들이 지극정성으로 반딧불이를 키우고 있다. 연구소에서 만난 노현철 사육사는 “반딧불이가 서식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기온‧습도‧수질‧먹이‧빛 등을 세세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에버랜드에는 24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
에버랜드 반딧불이도 자연의 반딧불이처럼 1년을 산다. 여름날 알을 깨고 나와 애벌레로 10달, 번데기로 50일, 그리고 성충으로 10여 일을 산다. 성충이 되면 로스트밸리(사파리) 초입의 교육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한다.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체험’은 오후 4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회당 20분) 이어진다. 교육장에는 책상마다 반딧불이 수조가 놓여 있다. 이끼 위에 자리 잡은 알, 물속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 변태를 준비 중인 번데기 등 반딧불이의 일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모두 살아 있는 진짜 반딧불이다. 반딧불이가 수십 마리 들어있는 투명 통을 활용해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보는 형설지공(螢雪之功) 체험도 해본다.
본 체험은 반딧불이 성충이 모인 지하 체험장에서 벌어진다. 165㎡(약 50평) 남짓한 공간에 최대 40명이 들어가 1만 마리 반딧불이를 만난다. 모든 빛을 끄고 나면 반딧불이가 발산하는 찬란한 불빛으로 방안이 가득 찬다. 문자 그대로 ‘형광(螢光)’의 실체를 체험할 수 있다. “성충이 되면 이슬만 먹고 살아요” “수컷은 하늘에서, 암컷은 풀 속에서 각자 빛을 내며 사랑의 교신을 해요” 등 안내자가 전하는 반딧불이에 관한 설명도 흥미를 더한다.
개똥처럼 흔해 ‘개똥벌레’로 불리던 반딧불이를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다. 도시화와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에버랜드의 반딧불이 체험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다. 인공이긴 하지만, 한 장소에서 이처럼 많은 반딧불이를 한꺼번에 관찰하는 건 흔한 경험이 아니다. 김선진 사육사는 “반딧불이를 바로 눈앞에서 체험하는 것만큼 생생하고 효과적인 환경 캠페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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