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한국 ‘샐러드 볼’ 될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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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포천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1시간 넘게 집단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정책은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의 틀을 유지해 왔다.
이주민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 없이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대폭 늘리거나 이민자를 급속히 늘릴 경우 문화적 충격과 사회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한국의 외국인 비율은 4.3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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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도 포천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1시간 넘게 집단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베트남 출신 이주 노동자를 멈춰 세운 뒤 “불법체류자 아니냐. 신고하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유행하는 미등록 이주민 신고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 양상을 띤 범죄다. 한국 내 급증하는 이주민을 고려할 때 심각하게 봐야 할 일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 내국인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04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75만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3배 넘게 늘어나 235만명에 이른다. 갈수록 전문인력과 유학생 유입이 늘고 있다. 연도별 취업자격 외국인 현황을 보면 2018년 4만6000여명이던 전문인력은 2022년 5만여명으로 늘어났다. 2018년 16만명이던 유학생은 지난해 19만명으로 20.5% 증가했다. ‘K컬처’ 붐 속에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한국이 매력 있는 국가가 된 덕분이다.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정책은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의 틀을 유지해 왔다. 고용허가제는 지정된 업종별로 고용 인원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단순기능인력을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데 무게중심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장기간 근무한 숙련 노동자를 활용하기 어렵고, 더 오래 일하기 원하는 노동자는 불법으로 취업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 장기근속 특례를 신설하고 외국인 근로자 비자 쿼터를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런데 구인난에 시달리는 산업계 요청을 수용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인상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민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비자 정책은 국익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정부나 기업 모두 이주민 정책을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 없이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대폭 늘리거나 이민자를 급속히 늘릴 경우 문화적 충격과 사회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사회 갈등의 큰 축이 이민자나 난민에서 비롯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상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를 넘는 국가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의 외국인 비율은 4.37%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그 사람의 문화가 함께 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과 함께할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더가 개발한 개인주의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했다. 미국은 91점, 일본은 46점이었다. 한국은 집단주의가 아주 강한 사회란 뜻이다. 우리는 일상 대화에서 한국이란 말보다 ‘우리나라’란 표현을 훨씬 자주 쓴다. 외국인들은 이 말에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배타성은 청소년들이 길 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겁박하는 행태에 닿아 있다.
흔히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섞이는 문화를 ‘샐러드 볼(Salad bowl)’에 비유한다. 한국 음식으로 치면 비빔밥과 비슷할 테다. 고유한 맛을 가진 여러 재료가 어울리니까. 비빔밥처럼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를 이루려면 이주민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혐오가 아닌 존중, 적대가 아닌 환대가 선행돼야 한다. 적극적인 이주민 정책에 앞서 사회 통합을 위한 밑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각자 속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문을 아무리 넓혀도 이주민이 기피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강주화 산업2부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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