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빈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美본토 핵전력, 기후변화 ‘복병’에 위협 받는다
늘어난 폭염 핵폭격기 이착륙 방해
美싱크탱크 “3대 핵전력 위협” 경고
요율 급등에 재난보험 중단 줄이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한 날씨가 미국 전역을 덮치면서 국가를 위협하는 수준의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싱크탱크는 비정상적 날씨 현상이 미국의 3대 핵전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가 자연재해 빈도와 규모를 키우면서 관련 보험사들의 도산 위기가 높아졌고, 특정 지역의 사업 철수를 선언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조지아주 남부의 킹스베이 해군기지는 미국 3대 핵전략 중 하나인 전략핵잠수함(SSBN)의 대서양 허브 기지다. 핵잠수함 ‘트라이던트’ 훈련 시설과 수리 시설을 갖췄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SSBN용 탄두를 보관·유지하는 ‘애틀랜틱 전략무기시설’도 인근에 있다.
그런데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해수면 상승 예측 모델을 분석한 결과 2050년이면 기지에서 수리 및 훈련 시설이나 전략무기시설로 이동하는 경로가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침수되는 수준의 홍수 및 해수면 상승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리 시설이나 훈련 시설은 기후변화가 느리게 진행되는 시나리오에서도 폭풍 해일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킹스베이 핵잠수함 기지는 미 SSBN 함대를 지원하는 두 곳 중 한 곳이지만 홍수나 해수면 상승 위험에 취약하다”며 “기후 변화가 억지 임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영국은 자체 SSBN 미사일이 없어서 킹스베이 기지에서 이를 보충한다”며 “기지 접근성 약화 문제는 영국 군사력에도 도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또 다른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도 기후변화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3’을 보유하고 있는 노스다코타주 미놋 공군기지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홍수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후 모델링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지 주변에서 32도를 웃도는 날씨는 현재 연평균 9일에서 2035년 28일 이상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이는 고지대의 눈 녹는 시간을 앞당기고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연간 강수량도 431~457㎜까지 증가해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보고서는 “ICBM 135기가 현재 지하 발사대나 미사일 사일로에 배치돼 있는데, 홍수가 발생하면 시설 접근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며 “접근성 문제는 ICBM 억지력에 영향을 주고, 예정된 유지 보수나 배송을 지연시켜 일부 미사일의 신뢰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탤스 핵폭격기인 ‘B-2 스피릿’을 운용하는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도 기후변화 영향 지역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기후 모델을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할 경우 병사 활동을 제한하는 ‘블랙 플래그’(32도 이상의 기온 발생) 일수가 2035부터 연 84일, 2070년에는 114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37도를 웃도는 폭염은 현재 연 3일 수준에서 15~48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스탤스 폭격기의 이착륙도 방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퀑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미사일 발사 시스템 운영과 유지를 방해할 수 있다”며 “미국의 핵 억지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 CBS 방송은 “보험사인 AAA가 플로리다주의 일부 고객에 대한 자동차와 주택 보험 정책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AA는 “불행히도 플로리다주의 보험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지난해 재앙적인 허리케인 시즌 재보험 요율의 전례 없는 상승으로 보험회사의 운영비용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AAA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보험사인 파머스도 지난주 플로리다주의 자동차와 주택 보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기존 보험 가입자의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갱신을 하지 않기로 했다. AIG의 자회사인 뱅커스인슈어런스와 렉싱턴인슈어런스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비용이 너무 크다며 지난해 플로리다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플로리다주는 허리케인 피해가 잦아 보험비용 자체도 높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평균 주택보험 비용은 연 6000달러 수준으로 전국 평균(1700달러)의 3배를 웃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올해 보험료가 40%가량 추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재해 빈도나 규모가 커지면서 아예 사업 철수를 선언한 곳이 늘어난 것이다.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110개 보험사 중 18곳이 올해 상반기 감시 목록에 올랐고, 2곳은 집중 감시가 필요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
대형 산불이나 홍수, 허리케인 피해가 잦은 다른 지역에서도 보험사업 중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주택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은 지난달부터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올스테이트와 AIG도 캘리포니아 주택보험 영업을 철수했다. NYT는 허리케인 피해가 많은 루이지애나주 역시 지난 3년 동안 12개 보험사가 사업 중단을 발표했고, 11곳은 파산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난 12건의 개별 재해가 발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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