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부는 살아서 나누는 운동… 저부터 집값 3분의 1씩 나눌 것”
<1> 월드휴먼브리지 대표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생전에, 나눠서, 지속적으로.’
크리스천 유산 기부를 언급하며 김병삼(59) 만나교회 목사가 이야기한 원칙이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연중기획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기부(세아기)’ 캠페인을 시작하며 국내 기부 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던 유산 기부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이 가족 해체의 도화선이 되는 현실 속에서 크리스천 자선 문화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깊이 있게 되짚었다.
그런데도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은 여전하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유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도 공고하다. 김 목사는 이런 현실에서 교회가 자신의 은퇴 후 사택용으로 마련한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를 미리 유산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시가 16억5000만원인 아파트 가격에 해당하는 만큼의 3분의 1씩 교회와 사회와 개인 등 용처를 나눠 생전에 기부하겠다는 결심이었다. 김 목사는 ㈔월드휴먼브리지 대표로 있으며 이곳의 유산 기부 센터인 브리지소사이어티의 활동을 확산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가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아기 시즌2’ 여는 인터뷰에 응한 김 목사를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교회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3분의 1씩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눈다는 건가.
“유산 기부 운동을 말하며 죽어서 내는 게 아니라 살아서 나누는 운동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제가 먼저 이렇게 케이스가 돼서 기독교인들에게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산 기부 하면 큰 부자를 떠올리는 데 그냥 집 한 채 가지고 살다가 죽는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일일 것 같다.
교회에서 마련해준 은퇴용 사택 가격의 3분의 1은 먼저 교회와 나누려 한다. 은퇴할 때 제가 교인들에게 장의자를 바꿔 편하게 앉아 예배드리게 돕는 등의 뭔가 기념될 만한 걸 선사하면 좋겠다. 또 다른 3분의 1은 사회에 공헌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의료 NGO 등 기부처를 생각 중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기부하는 데 드는 관리 비용과 더불어 장애가 있는 딸을 위한 신탁 등의 개인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교회마다 각자 사정이 다르기에 제 기준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재정과 관련해 장로님들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온 만나교회의 특수성도 있다. 하지만 중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이 먼저 솔선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가 예우하는 걸 덜어내려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성경에선 부자도 가난한 자도 되지 말라고 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씀 중의 하나다. 잠언 30장 8~9절 가운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라는 말씀이다. 기업인 성도들과 나누는 성경 구절이기도 하다.
사회에선 중대형교회 목사님들을 바라보며 자꾸만 돈과 결부시킨다. 어려운 교회 목사님들이 훨씬 더 많으신데 자꾸 이렇게 주목받게 되니까 어쩌면 돈과 관련해 본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만나교회 목회자로서 돈을 모으거나 어떤 재산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다. 통장이 3개 있는데, 하나는 그냥 내가 가진 돈이고, 또 하나는 외부 사례비, 책의 인세 등이 들어오는데 모두 헌금으로 가게 돼 있다. 세 번째는 최근에 만들었는데, 아들의 로스쿨 등록금이다. 이를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아들에겐 결혼 때 5000만원 증여한 것과 교육 비용 정도가 유산이고, 장애가 있는 딸에겐 소정의 신탁을 남길 계획이다. 가정의 화목이 중요하다. 자녀들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유산 기부를 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산 기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일종의 삶의 방식인 것 같다.
“맞다. 나는 교단에서 정해진 것보다 조금 일찍 은퇴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나이는 못 박지 않는데 이유는 교회에 가장 도움이 될 은퇴 시점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은퇴할 때 목사로서 폼 나게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땅에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죽을 때 재산을 가져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품위 있고 활기찬 노년을 위해서라도 은퇴 이전에 유산 기부를 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도행전 2장의 교회론 설교를 이어왔는데.
“초대교회 예루살렘 공동체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가져다가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눌 수 있었을 때, 세상이 교회를 칭송하고 또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과 같지 않은 가치관을 갖고 진짜 삶이 무언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는 설교가 무기다. 유산 기부와 관련된 설교부터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남=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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