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조작 수사" 외쳐 놓고…'정당한 영장인지'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민주당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단서 붙여
자체 판단키로 해 '눈 가리고 아웅' 지적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붙인 데다 해당 판단도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하기로 하면서, 향후 불체포특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불체포 특권이) 부당한 행정권력으로부터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의견을 낸 의원도 있었으나,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 등을 고려해 결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혁신위의 제안이 있은지 20여 일 만인 지난 13일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 추인을 시도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 31명은 의총 다음 날인 지난 14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주장했다. 집단행동이 이어지자, 친명(친이재명)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고 혁신위에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의총은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다양한 목소리는 당이 건강하다는 방증"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논란이나 대립으로 부각하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프레임으로 분열 시도를 한 데 대해 모은 의원들과 함께 유감을 표명한다. 결과가 다소 늦어도 끝까지 토론해 나가는 게 결국 국민이 원하는 방향 도달하는 지름길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요청드린다. 국민이 기득권이라고 하면 우리는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면 국민 눈높이를 철저하게 맞춰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혁신위의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을 두고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한지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키로 하면서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영장 청구'의 기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가 기준"이라며 "국민이 볼 때 특별히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론으로 어렵지 않게 판단이 될 것"이라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 국민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달리 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간 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킨 바 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의원,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혐의 등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당 위기를 가중시킨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부결시켰다.
이때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두고 "야당 탄압" "조작 수사"라는 주장을 폈다. 이대로라면 의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모두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에도 이 대표가 연루된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 등을 거론하며 "대장동도 성남FC로도 안 되자 이번 소재는 백현동과 쌍방울이다"라며 "'카더라' 식으로 언론에 공무상 비밀을 누설해 가며 이 대표와 그 주변인들을 범죄자로 왜곡해 음해하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겪고 있는 사건이 다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검찰이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게 무조건 부당하다라는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사안별로 달리해야 하는데 수사의 정당성과 영장 청구 정당성은 다른 부분이고, 그 부분은 혁신위의 제안 취지를 고려하면 향후에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때 어느 정도 고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은 생략하고,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 원내대변인은 "체포동의안 처리는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식을 취하더라도 의원 개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설사 당론으로 정하더라도 결과를 당이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與 "온갖 핑계 대며 특권 뒤에 숨겠다는 것
껍데기 혁신안으로 민심 돌아올 리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같은 결정에 "온갖 이유와 핑계를 들어가며 특권 뒤에 계속 숨어 있겠다는 것"이라며 '껍데기 혁신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고서는 돌고 돌아 추인한 안이 고작 '정당한 영장청구'라는 단서를 붙인 '껍데기 혁신안'이라니, 차라리 특권을 포기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며 "대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새로운 방탄을 더 해 온갖 이유와 핑계를 들어가며 특권 뒤에 계속 숨어 있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런 낯부끄러운 모습을 두고도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다운 모습' 운운하며 몰염치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제1호 혁신안은 시작부터 끝까지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한 편의 '국민기만극'일뿐"이라며 "이제 와 껍데기 혁신안을 흔들며 손짓해 본들, 한번 떠나버린 민심이 돌아올 리 만무하고, 진정성 없는 혁신이 될 리도 만무하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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