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갈려도 온가족이 치킨집 장사…자영업자가 사람 쓰도록 해야 [남택이 소리내다]

남택 2023. 7.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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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구인난과 최저임금 상승이 겹치며 외식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김주원 기자

가격은 시장경제에서 동기를 유발하고 선택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외식업계는 정부가 정해준 임금이라는 가격체계대로 노동을 사야 하는 상황을 겪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코로나 사태 이후의 구인난과 겹쳐 추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물가급등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즉, 뜨거운 프라이팬이라는 고용에 손잡이라는 가격도구가 사라져 버리니 자영업자가 흔히 하는 말, “사람 쓰기 어렵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책서 소외된 자영업자들


구인난 속에서 사업자의 선택은 생산성 높은 고경력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어 비용 대비 생산을 늘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국가가 임금에 개입하는 바람에 저경력자에게 다 쏟아붓고 고경력자 임금을 높여주기에는 여력이 모자라 힘든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이라는 수단으로 노동정책을 재단하려 했던 시도의 가장 큰 폐해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 하향 평준화와 근로의욕을 높일 가격수단을 빼앗아 버린 것에 있다. 최저임금을 높여버림으로써 잘하는 알바와 못하는 알바를 차등해 시급을 줄 수 없게 된 현실에 동기부여라는 손잡이가 흔들리게 되었고, 그마저도 서비스업 구인난에 덜렁거리던 손잡이가 쑥 빠져버리고만 꼴이 됐다.

서비스업의 거칠고 힘든 일자리는 저소득층의 마지막 보루다. 이를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제공해 왔음에도 노동조합 주도의 고용정책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사정은 정책의 배려 대상에서 항상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은 대기업 노조단체의 실력행사로 인해 그들에게 맞춰져 만들어져 왔고, 최저시급과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어 오며 실제 그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의견은 반영되어 온 적이 없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속 회원들이 6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생계 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수백 명의 자영업자가 모여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매년 이런 외침은 반복된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대출 잔액(1033조7000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체율도 2%대에 육박했다. 고용을 줄이고 자영업자들이 가는 막다른 길은 허울 좋은 경영에서 벗어나 고용 없는 가게로 전환하는 것인데 그 길은 과연 꽃길일까.

그래픽 차준홍 기자


힘든 고용 사정에 가족경영 선택


주 2일을 쉬며 돈 벌어가는 식당은 없다. 그만큼 수익률이 얄팍하다. 가게는 6일이든 7일을 돌려야 하는데 직원에게는 주 2일 휴무를 줘야 하니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이른바 땜빵을 하다가 결국엔 ‘이럴 바엔 좀 덜 벌어도 가족끼리 하자’라며 ‘가족경영’을 선택한다. 정부가 정해준 고용계약서는 갑자기 안 나와도 되는 직원, 고용에 따라 강제로 세금처럼 부과되는 사회보장보험료, 그리고 알바에게도 주라고 하는 퇴직금에 주휴수당까지 다 감당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선택한 고용 없는 식당은 이제 대세가 된 것처럼 회자된다.

아무리 주인 마음 같을까 싶지만 모든 사업자의 마음은 종업원에게 주인 의식을 갖기를 바란다.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을 대신하거나 또는 같이 최선을 다해 주기를 원한다.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업주는 소설 속 스크루지로 낙인 찍혀 악덕업주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 비난에서 벗어나 노후 대책의 큰 꿈을 안고 알뜰하게 가족경영의 길로 들어서지만 예상과 달리 식당의 현실은 참혹하다. 저녁 장사만 하고 싶어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려고 무리하게 하는 점심 장사로 인해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포기할 수 없어 인내하며 몸을 갈아 넣으며, 그렇게 임대계약 2년이 지나고 3년이 될 무렵이면 어느새 가족들도 지쳐 원망만 쌓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은 재생이 불가능할 만큼 망가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픽 김영희 디자이너

그렇게 퇴직 후 노후 대책으로 선택한 식당을 포기하게 된다. 다시 할 수 있는 식당이란 점심 장사를 포기해도 되고, 조리에 신경 덜 써도 되고, 고용의 부담이 적은 소규모 치킨집 정도다. 돌고 돌아 외식업의 종점은 부부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되는 것이다.


고용 문제 빠진 자영업자 대책 무의미


최저시급도 못 줄 능력이면 가게를 때려치우라는 독한 소리를 참아가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고용 없는 가게를 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게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일까. 생업을 이어가고 돈을 벌기 위해 망설임 없이 일할 사람을 구하고 고용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회가 발전하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외식 자영업자들을 돕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현실은 드러난다. 거기에는 고용이라는 큰 요소가 빠져 있다. 등장하는 대부분 업소는 고용 없는 가게다. 맛있고 친절하기만 하면 손님들이 줄을 선다는 단순한 명제이지만 여기에 종업원의 손에 의해 음식과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변수가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게 된다는 것을 방송인들은 너무나 잘 안다. 장사 잘될 아이템이라면 본사가 모두 직영하면 더 큰 수익이 될 것을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고용의 부담을 가맹사업자에게 넘기기 위한 것 아닐까.

얼마 전 문을 닫은 전주의 김밥집은 11시간 줄을 선다는 유명점임에도 주인의 건강 문제로 폐점 결단을 내렸다. 주변에서는 ‘종업원을 써가며 계속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속 사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복잡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각종 기사 통해 접한 바로는 손발 맞는 가족끼리 일해야 잘 되는데 직원을 둬서 할 바에야 문을 닫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들 고용 없는 자영업이 각광이라 해서 우리 사회가 이것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고용이 빠져 있는 어떠한 자영업자 지원책도 나라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일본을 보자. 가족경영 식당이나 한두 사람의 고용을 하는 작은 규모 식당이 수십 년을 이어 간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 정책부분만 본다면 일본의 소규모 식당은 사회보장보험 가입의무, 주휴수당, 퇴직금, 주 5일, 신용카드 강제사용 등의 강제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롭다. 가게의 형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사업자가 세금을 내는 이상 나라가 해줘야 할 복지를 구멍가게 사업자에게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강제정책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고용의 부담이 훨씬 적다.


최저임금 문제가 가장 충격


무엇보다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은 최저임금의 문제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이라는 가격체계를 국가가 너무 개입한 나머지 통솔되지 않는 노사관계를 만들었고, 그것이 사람 쓰기 어려운 사회를 만들어 고용 기피를 유발하게 됐다. “사람 쓰기 겁나요” “일손 찾기 어려워요” 하는 사회가 계속된다면 언젠간 국가경제의 큰 축인 내수를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20.1%에 그치며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중고 주방용품 아울렛에 매입된 식당 주방 용품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급격한 임금상승 외에도 주휴수당·야간근로수당·주 52시간 규제 등 적용 범위의 확대, 사회보장보험의 의무가입, 위생 환경, 산재예방, 직장 내 성범죄예방 등 매년 수위를 높이며 가해지는 각종 규제 정책들을 다 지키기에 직원 몇 명 둔 가게들은 너무나 벅차다. 지난 여러 해 고용을 기피하게 한 각종 정책의 뿌리가 뽑히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언제든 고갈되고 말 것이다.

나라에나 개인에게나 일자리처럼 중요한 정책은 없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도 사냥터라는 그들의 일자리를 지키려 경합했고, 그 경쟁의 결과로 현생인류가 된 것이 아닌가. 잊지 말자. 우린 수만 년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 여기까지 왔다.

남택 건축사·푸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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