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손석구·구교환…D.P.의 추적은 계속된다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던 한 일병의 죽음 후에도 군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는 어느덧 이병에서 일병이 됐지만, 여전히 그의 눈앞에서 약자를 겨냥한 군대 내 폭력이 펼쳐진다. 반복되는 비극적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죽은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전히 변한 게 없네. 내가 부탁했잖아. 책임져 달라고.”
2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의 한준희 감독은 18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이야기를 왜 다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계속되는 (군대 내)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순 없겠지만,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P.’는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소재로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그린 드라마다. 김보통 작가의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했다. SLL 산하 레이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해 2021년 8월 공개한 시즌1은 제58회 백상예술대상(TV 부문 작품상),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28일 공개 예정인 시즌2는 군대 내 문제를 조명하면서도, 좀 더 확장된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 시즌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총기 난사 사건을 비롯해 군대 내 성 소수자가 맞닥뜨린 현실, 최전방 GP(감시초소)의 폐쇄성 등이다. 한 감독은 “하나의 에피소드는 다른 것과 확실히 구별되는 하나의 중편 영화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공포 영화, 음악 영화, 사회고발 느낌 등 (에피소드별로) 차별성을 두려고 애썼다”고 강조했다.
총기 난사 사건 에피소드에선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사고를 낸 김루리 일병의 가게 앞에 유족과 언론이 몰려가 아수라장이 된다. 군대라는 거대하고 폐쇄적인 조직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 개인의 비극을 고발한다. 성 소수자 탈영병 장성민 역할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뮤지컬계에서 활약한 배우 배나라가 맡아 뮤지컬 ‘헤드윅’의 삽입곡 ‘위그 인 더 박스(Wig in the box)’ 등을 선보인다.
시즌2의 확장성은 이전 시즌에 없었던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은 국가와 조직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개의치 않는 인물이다. 군사재판이 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탈영병을 무사히 데려오는’ 목적을 가진 D.P.와 대척점에 선다.
국군본부의 법무장교 서은(김지현)과 고등검찰부 군 수사관 오민우(정석용)가 구자운을 돕는 인물로 투입됐다. 언론을 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군대 내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받아들여지는지 돌아보게 한다.
시즌1부터 ‘D.P.’의 강점으로 꼽히던 탄탄한 인물 설정은 그대로 가져간다. 한 감독은 “시즌1이 매우 큰 사건(군 폭력 피해자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그 사건을 통해 드라마 속 인물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케미스트리’를 이루는 인물 간 조합은 더욱 다양해졌다. 진중한 성격의 안준호와 코믹하고 재치있는 한호열(구교환)의 호흡이 시즌1에서 환호를 받았다면, 시즌2에서는 임지섭(손석구)과 박범구(김성균)의 ‘케미’가 돋보인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배우 김성균은 “(지섭과 범구는) 시즌1에서 큰 사건을 함께 겪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된다.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1에선 이름조차 몰랐던 안준호와 함께 GP 재수사에 나선 임지섭, 두 인물이 만들어가는 호흡도 관전 포인트다. 배우 정해인은 “시즌1에 비해 임지섭과 많은 호흡을 맞추는데 주거니 받거니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시즌2의 첫 화는 7회로 시작한다. 한 감독은 “시즌1이 ‘뭘 할 수 있는데’라는 물음을 가지고 끝났다면, 시즌2는 인물들이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는 이야기”라는 설명을 보탰다. 그는 “(D.P.는) 특정 기관이나 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슬픈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라면서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이 슬픈 시간을 지나 어떤 결론을 맞게 되는지 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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