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꾼 이화영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에 구두로 보고"

김철웅, 최모란, 허정원 2023. 7.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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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사실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최근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서 “쌍방울 측이 북한에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용을 낼 것이라고 이 대표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무실에서 이화영 전 당시 평화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그동안 검찰 조사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혀왔다. 검찰은 이 가운데 500만 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추진하려던 ‘스마트팜’ 사업비용을 대납한 것이고, 300만 달러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가조의 금액이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이 300만 달러에 대해 이 전 부지사를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이라고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에서 제외되자 경기도 차원의 독자적인 방북을 추진했다. 그동안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측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에 이 대표의 방북을 북한에 요청해달라고 부탁했고, 김 전 회장이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한 인사들에게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진술해 왔다. 김 전 회장은 “방북 비용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이 전 부지사와 논의한 후 3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김 전 회장 등의 진술에 대해 줄곧 모르쇠로 일관해 왔지만 최근 진술을 조금씩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변화는 이날 열린 이 전 부지사의 공판에서도 확인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그동안 피고인은 쌍방울그룹의 경기지사 방북비용(300만 달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지난 재판 때(7월 11일) 검사가 추가 증거를 내면서 이화영 측이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에 미세하게 변동된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변호인도 그 부분에 대한 말해줄 수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쌍방울이 2019년 1월과 5월 북한과 만나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라고 생각해 그해 7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아시아ㆍ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쌍방울에 ‘북한과 가까운 사이 같으니 (경기지사) 방북을 추진해 달라’고 말을 했다는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쌍방울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냈다고 주장하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에 대해선 “그동안의 입장과 똑같다”며 부인했다.


김성태 “경기도 뒤에 대권주자 이재명”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두번째 나온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하면) 경기도와 이재명 지사도 알게 되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도 있었다”며 대북송금 배경에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반대신문을 진행하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쌍방울이 북한에 대납한) 돈과 관련해 경기도가 ‘어떻게 해주겠다’고 얘기한 것이 있냐”고 질문하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향후 대북제재가 풀리면 남북교류협력기금 등 경기도가 가지고 있는 돈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은 협약서에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표에 의해 임명된 사람이고, 언제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쌍방울을 도와주겠다고 하겠냐”고 재차 묻자 그는 “이 전 부지사에게 이득을 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쌍방울도 북한에서 제대로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대납하면) 저희 뒤에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이재명)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 전 부지사와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가 잘 되면 쌍방울도 당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39차 공판에도 증인으로 나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이재명 대표도 알고 있었고, 3차례 만나려고 했으나 취소됐다”고 폭로했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방북비용 대납이 이 대표의 제3자뇌물제공 혐의의 핵심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과 쌍방울 측이 이 돈의 대가로 경기도로부터 대북사업 우선권 등 각종 이권 사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성사시키려 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의 태도 변화로 8월 초 이재명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에도 파란불이 들어오게 됐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미 소환 일정이 검찰 수뇌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 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의했다.

김철웅·최모란·허정원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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