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 빅테크 비중 너무 컸나? [나스닥에서 살아남기] (76)
올 상반기 뉴욕 증시가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위주 상승 랠리를 보인 가운데 나스닥지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특별 조정(Special Rebalancing)’을 통해 대표 주가 지수 비중을 변경한다고 밝혀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재조정은 사실상 빅테크 비중을 줄이는 차원이기 때문에 투자자 매매 전략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중치 비중이 줄어드는 기업의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따른다.
나스닥100지수는 나스닥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비금융 우량 기업 100곳의 주가를 담은 지수다. 한국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한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시리즈1(QQQ)’와 ‘프로셰어스 울트라 프로 QQQ(TQQQ)’가 나스닥100지수를 따르는 패시브 펀드다.
물론 지수에 편입돼도 기업 인수·합병이나 상장폐지 등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구성 종목 조정이 일어난다. 정기적으로 재조정하는 시기는 매년 2·5·8·11월이며 재조정 결과가 실제 적용되는 시점은 매년 3·6·9·12월 셋째 주 금요일이다. 정기 일정 외에도 기업 인수·합병, 상장폐지 등 사정이 생기면 상황에 맞춰 구성 종목이 교체될 수 있다.
구성 종목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가중치 등을 변경하는 작업은 매년 12월 셋째 주 금요일에 이뤄지는데, 이번에 위원회가 밝힌 7월 말 ‘특별 조정’은 정기 일정도, 기업 인수·합병이나 상장폐지에 따른 종목 교체도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 눈길을 끌었다.
시장 변동성 커지자 ‘특별 조정’ 발표
이번 특별 조정은 그간 미국 주요 주가 지수인 나스닥100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빅테크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나스닥이 먼저 비중 조정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S&P500지수는 빅테크 비중이 25%를 넘나드는 반면 나스닥100지수의 경우 7월 11일 기준 50.6%다.
이는 뉴욕 증시 간판주로 통하는 6대 대형 기업이 모두 기술 업종에 속하는데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6대 빅테크는 비중이 높은 순으로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12.7%) ▲2위는 애플(AAPL, 12.3%) ▲3위는 알파벳(GOOGL, 7.2%) ▲4위는 엔비디아(NVDA, 7%) ▲5위는 아마존(AMZN, 6.9%) ▲6위가 테슬라(TSLA, 4.5%)다. 지수 내 비중이 시가총액 순위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나스닥100지수의 경우 6대 종목 집중도가 절반을 넘겨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 빅테크 상승세에 힘입어 나스닥100지수는 올 들어서만 약 39% 뛰었다. 다른 주요 지수인 S&P500지수(약 16%)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 러셀2000지수(9%)에 비해 시세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이번 나스닥위원회 취지는 6대 빅테크 종목을 합쳐서 40% 밑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변경된 가중치는 지난 7월 14일 발표됐고, 이는 같은 달 24일 뉴욕 증시 개정 전부터 실질 적용된다. 지수 변경에 따라 투자 펀드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지수 비중이 줄어든 종목을 일부 매도해야 한다.
시장이 이번 특별 조정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스닥100지수에서 편입·퇴출되거나 비중이 줄어드는 경우 해당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S&P500지수보다는 영향력이 작지만 나스닥100지수 역시 패시브 펀드 자금이 유입된다. 나스닥100지수의 경우 QQQ를 비롯해 e-미니 나스닥100, 마이크로 e-미니 나스닥100 선물 거래 자금 이동에 영향을 준다.
다만 위원회 측은 변경 사항을 발표해도 실제 적용은 시차를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막상 편입·퇴출 등이 이뤄진 후에는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로버트 잰키윅츠 나스닥 경제통계연구소 연구원은 “2010~2020년 동안 나스닥100지수에 새로 편입된 기업 주가를 분석한 결과 지수 편입 발표 5일 전부터 지수 편입 이후까지 평균적으로 약 1% 올랐다”면서 “편입 발표 시점에 효과가 선반영되는 부분이 크지만 편입 후 90일 이상이 지난 후에도 해당 종목은 비교적 강세를 유지하게 되며, 이는 편입이 실제로 이뤄진 후에서야 지수 추종 투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실제 편입이 이뤄진 6개월 후에는 해당 종목 주가 상승률이 지수와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된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잰키윅츠 연구원은 “발표 후 첫날 주가 반응을 보면 새로 편입되는 종목의 64%만이 주가가 올랐다”며 “매년 나스닥100지수에서 퇴출·편입이 이뤄지는 교체 비중은 약 10%고, 교체되는 기업들은 해당 지수 내에서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특별 조정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간 나스닥100지수 변경은 주로 종목 편입·퇴출이었을 뿐 구성 ‘비중’ 자체를 조정하는 일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수 편입 발표 전후 5거래일 새 주가가 평균 1% 정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도 비중 변경 역시 결과적으로는 빅테크 종목 주가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월 말부터는 미국 주요 상장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는 ‘어닝 시즌’이 열린다. 6대 빅테크의 경우 모두 뉴욕 증시 폐장 직후 실적을 발표한다. 날짜순으로 보면 테슬라는 오는 7월 19일,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 25일, 애플은 8월 3일, 엔비디아는 8월 23일에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7월 11일을 기준으로 아마존과 알파벳은 구체적인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지만 통상 마이크로소프트 발표를 전후한 시점에 실적을 공개한다.
시장·업종·유동성
두루 판단…S&P500보단 문턱 낮아
첫 번째 기준은 기업이 상장사로서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업 적격성’이다. 해당 기업 주식이 3개월간 일평균 20만주 이상 거래돼야 한다. S&P500지수의 경우 올해 기준 특정 기업 시가총액이 127억달러 이상이어야 하며, 4개 분기 연속 흑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건 등이 있지만 나스닥100지수는 시총·실적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두 번째 기준은 비금융 부문 기업이어야 한다. 세 번째로 나스닥100지수의 경우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아니더라도 나스닥거래소에서 미국 예탁증서(ADR)가 거래되는 외국 기업이라면 지수에 포함할 수 있다.
일례로 나스닥거래소를 통해 매매되는 네덜란드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반도체ADR(NXPI)은 나스닥100지수에 포함돼 있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매매되는 대만계 반도체 기업 TSMC ADR(TSM)은 나스닥100지수 포함 대상이 아니다. S&P500지수의 경우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나스닥100지수는 기업 본거지에 대한 문턱이 낮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8호 (2023.07.19~2023.07.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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