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는 일에 자부심" 스물셋 작업치료사의 떠나지 못한 해외여행

김화빈 2023. 7.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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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힘들 땐 묵묵했는데, 주변 사람들 고민은 자기 일처럼 들어줬어요.""'네컷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쓸데없는 선물'을 서로 주자고 하면 제일 신나서 준비했죠."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한 사촌오빠도 <오마이뉴스> 와 만나 "(안씨가 일한) 병원 동료부터 병원 원장님과 주변 친구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3일간 방문했다"며 "(주변 사람들과) 깊게 우정을 나누며 살아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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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희생자 안아무개씨, 친구들 오열속 발인... "거기선 아프지 말고 행복해"

[김화빈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고 안아무개(2000년생)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김화빈
 
"본인이 힘들 땐 묵묵했는데, 주변 사람들 고민은 자기 일처럼 들어줬어요."
"'네컷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쓸데없는 선물'을 서로 주자고 하면 제일 신나서 준비했죠."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안아무개(2000년생)씨의 친구들은 고인을 "묵묵하지만 다정한 사람"으로 떠올렸다. 아파도 내색이 없어 오히려 친구들을 걱정시켰다는 안씨는 국가고시에 합격해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의 회복을 돕는 작업치료사로 일했다.

10년지기 동생인 A씨는 안씨가 "(남을 돕는)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는, 항상 꿋꿋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안씨와 함께 국가고시를 준비했던 대학 친구들도 "공부도 잘해서 친구들한테 알려주거나 취직 고민도 상담해 주는 착한 아이였다"고 울먹였다.

"사고 당일까지 연락했는데... 응원 아끼지 않던 친구"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고 안아무개(2000년생)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흥덕구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김화빈
안씨는 참사 다음날인 지난 16일 오전 7시 38분께 침수된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께 청주 일대의 폭우 및 제방 유실로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총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안씨는 친구들과의 추억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안씨를 비롯해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내년 1월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는 A씨는 "다들 바빠 함께 여행을 못 갔던 게 아쉬워 이번에 날짜를 잡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제주도에서 곧장 조문하러 왔다는 A씨는 "저도 의학계열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언니(안씨)가 '넌 무조건 할 수 있다'며 많은 조언과 위로를 해줬다"며 "항상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은 언니였는데 너무 그립다"며 눈물을 훔쳤다.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한 사촌오빠도 <오마이뉴스>와 만나 "(안씨가 일한) 병원 동료부터 병원 원장님과 주변 친구들까지 수많은 사람이 3일간 방문했다"며 "(주변 사람들과) 깊게 우정을 나누며 살아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5년지기 B씨도 "사고 당일까지 연락했는데 지금까지도 믿기지 않는다"며 "저희 모두 (지인의) 장례식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게 OO이(안씨)라니..."라고 침통해했다.

유골함 어루만진 아버지 "우리 딸 이름 잘 보이니"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고 안아무개(2000년생)씨의 유골함이 18일 오전 청주 상당구 목련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 김화빈
안씨의 어머니는 18일 오전 8시 30분 발인 시간이 다가오자 딸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머니의 휴대폰 케이스 안에는 영정과 똑같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잠시 후 사촌오빠가 안씨의 영정을 들고 빈소를 빠져나오자 그 뒤로 유족과 지인 10여 명이 흐느끼며 따라나섰다. 

묵묵히 안씨의 시신운구서류에 서명한 아버지는 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올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다른 유족과 지인들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감쌌다. 빗길을 뚫고 화장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도 안씨의 친구들은 숨죽여 흐느꼈다. 대학친구 C씨는 화장터로 가는 내내 좌석 앞 손잡이를 꽉 부여잡으며 애통함을 참아냈다. 

오전 11시 15분쯤 화장이 끝나자 아버지는 유골함을 들고 청주 상당구 목련원 납골당으로 향했다. 안씨의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엔 "생(生) 2000년 9월 6일, 졸(卒) 2023년 7월 15일"라고 적혀 있었다. 

짧은 추모 뒤 아버지는 직접 딸의 유골함을 안치했다. 그는 "우리 딸 이름 잘 보이냐"며 유골함을 연신 어루만졌다. 친구들은 "잘 있어", "OO아 또 올게"라고 짧은 인사를 남겼다. 친구들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안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OO아 많이 무서웠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우리 이쁜 OO아,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힘들 때 옆에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너무 사랑해."

"대학교 처음 입학했을 때 먼저 인사해 주던 모습이 선명한데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

"우리 OO이랑 놀러 간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만나면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줘. 사랑해."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고 안아무개(2000년생)씨의 유골함이 18일 오전 청주 상당구 목련원 납골당에 안치됐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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