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JSA 견학 중 월북…북미 '의외의 막후접촉' 계기 되나
미국인 1명이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JSA 견학 중 미국 국적자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ㆍ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어 “북한이 현재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사는 이날 월북한 사람의 성별이나 나이 등 구체적 신원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유엔사 관계자도 “트위터를 통해 공지한 사안 외에는 아직 추가로 설명할 내용이 없다”며 누가 월북했는지, 어떤 경위의 월북인지 등에 대해 함구했다.
JSA 경비대대는 유엔군사령부의 통제를 받으며 상황 발생 시에도 한국군이 아닌 유엔군사령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다만 군 소식통에 따르면 월북한 미국인은 미군 소속의 병사로, 견학 중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바람에 한ㆍ미 장병들이 권총 등으로 저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월북 과정에서 북한군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월북 사건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미국 국적자가 월북한 사례는 모두 6번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5명은 미군 장병이었고, 1명은 민간인이다.
특히 2014년 11월 북한에 불법 입국했다고 주장했던 미국인 아르투로 피에레 마르티네스는 그해 1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받아본 중 가장 큰 환대를 해준 점에 감사하다”며 미국을 비난하는 등 북한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마르티네스가 월북했다고 주장했던 날짜는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을 방문해 억류중이던 미국인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를 데리고 나온지 이틀 뒤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군인의 월북이 발생한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지만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이날 한ㆍ미 핵협의그룹(NCG) 1차 회의가 개최되고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이 부산 기항한 상황에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한 북ㆍ미 간 막후 접촉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북한은 자국 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의 송환 과정에서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시도했던 사례가 있다.
2009년 12월 무단 입북한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은 42일 만에 석방됐는데, 당시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김정일에게 전달되는 등 북·미 관계가 풀려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북·미 모두 대화에 신속히 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09년 3월 북·중 국경지대를 취재하던 미국 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되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과 직접 대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월북자의 송환을 놓고 북·미가 협상할 경우 의외의 국면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날 월북 사건과 관련 유엔사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며 북한과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하며 "주한미군 철수로도 비핵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화를 위한 조건을 높인 강경책을 펴고 있어 북한과의 접촉에는 많은 난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묘한 시기에 우발적 일이 발생하면서 북ㆍ미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 또는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북한이 월북자를 인질로 활용하는 일종의 ‘인질 외교’를 벌일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 당분간 지나치게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상황 역시 예상보다 장기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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