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됐는데, 김영환 지사는 왜 괴산으로 향했나

심규상 2023. 7.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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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사 참사 대응 둘러싼 의문점 셋... '대통령 앞 사과'에 민심은 싸늘

[심규상 기자]

 남화영 소방청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15일 오후 충북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현장을 찾아 상황판단 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4명의 사망자(18일 기준)가 나온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둘러싸고 '총체적 인재'라는 지적이 거센 가운데, 당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재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적절한 상황 판단을 했는지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난 매뉴얼에 따라 도지사는 관할 구역의 재난안전본부 최고 사령탑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소방서장과 청주시장, 유관기관과 함께 긴급구조활동 등 재난 상황을 총괄 조정할 책임이 있다. 경보 발령과 동원 명령, 대피 명령, 위험구역 설정 등의 역할이 재난 상황에서 도지사에게 주어지는 것.

사고 발생 약 5시간 지나 오송 도착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전 8시 37분 궁평1지하차도에서 첫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8분 뒤인 8시 45분에는 참사 현장인 궁평 2지하차도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청주서부소방서는 사고 현장에 각각 출동 지령을 내렸고 유관기관에 공동 대응을 요청해 긴급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45분까지 구조된 인원은 10명인데 이중 한 명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김 도지사가 첫 사고 발생 보고를 받은 시각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김 지사에게 사고 발생을 보고한 정확한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부서별 보고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인뉴스>는 충북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김 도지사가 오송 지하차도 관련 첫 발생 보고를 받은 때는 오전 9시 40분경이고 이때 세 명이 구조됐다고 보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각, 김 도지사는 괴산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충북 괴산으로 향했다.

첫 번째 의문은 왜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도지사에게 보고됐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재난 대응 보고체계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의문은 만약 오전 9시 40분경 보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왜 괴산으로 향했을까 하는 점이다. 

김 도지사가 괴산으로 가는 동안, 현장 구조대는 중앙구조본부에 지원을 요청(오전 10시 25분)했다. 비슷한 시각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관련 국장 등이 참사 현장에 도착(오전 10시 38분)했다. 소방 당국은 거듭 유관 기관지원을 요청했다.
     
김 도지사가 괴산에 도착(오전 10시 50분)했을 즈음 현장에서는 행정부지사 주재로 긴급회의가 개최(오전 11시)됐다. 소방본부는 전 직원 소집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김 도지사는 예정된 괴산 수전교와 칠성면 사무소를 차례로 방문했고, 낮 12시 10분에는 농작물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기 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을 찾았다.

여기서 또 다시 세 번째 의문이 생긴다. 왜 김 지사가 긴박한 현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농작물 침수 현장 일정을 고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여전히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거나, 일분일초가 급박하다고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도지사가 참사 현장을 처음으로 방문한 때는 이날 오후 1시 20분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5시간, 첫 사고 보고 시점으로부터 약 4시간 지났을 때다.

김 도지사는 이날 밤 11시 50분 참사 현장을 두 번째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현장상황을 보고하던 한 충북도청 고위 공무원이 웃는 모습도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영환 지사 사과 했지만... 싸늘한 민심
     
 119 구조대원 등이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남겨진 버스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도지사는 지난 1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 참석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로 안타깝고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장례와 피해자 지원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도지사를 향한 민심은 싸늘하다. 14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정식 브리핑조차 없었던 충북도가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먼저 사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충북 영동에 사는 한 주민은 "충북도청과 가까운 오송에서 큰 인명사고가 났는데도 도지사가 현장에 다섯시간이 지나 도착했다면, 이곳 영동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원인을 놓고도 물이 넘친 미호천변 임시 제방의 부실시공 가능성, 지하차도 배수펌프 부실 관리, 사전 지하차도 차량 진입 차단 조치 미이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더해 김 도지사 등의 사고 발생 이후 현장 상황 판단이 적절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난희 노무사(노무법인 강산)는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의 관리상 결함으로 인한 인재로 판단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며 "예방 의무를 다했는지, 사고 발생 이후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과 의문에 대한 충북도의 입장을 듣기 위해 18일 충북도 대변인실에 문의하자 "비서실과 연락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서실 관계자는 "제가 답변하기 어렵다. 다른 답변할 분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이날 오후 7시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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